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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을 나서며
-채린-
몹시도
그대가 그리운 날
쌀쌀한 바람에 나를 싣는다.
차마 부끄러워
떨어질 줄 모르는 바랑진 비구승같이
어정쩡한 걸음
향긋한 보랏빛 향 마음에 담고
그대가 보이는 창밖 서성이며
그림자 쫓아 눈길 머문다.
얼마 동안
시간의 물레를 잦으면
나의 향기가 그대에게 전해질까
늦가을
낙엽 속에 머물며
하얀 미소 허공(虛空)에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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