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기만 해도 땀이 나는
채린
밥풀로 막은 반 개짜리
캡슐 약을 삼키지 못하고
그 쓴 약을 혀 밑에 감추고
한 시간은 족히 씨름한
아주 어릴 때의 기억이
생생하게 떠오른다
알약만 보면 목젖은 오므라져
번번이 약 먹기에 실패하고
겁부터 나고 눈시울이 촉촉하다
잔칫날의 국수
양념 파 다지기를 하며
매운 냄새 때문에
아니 안쓰러운 옛 추억에 눈물을 훔친다
큰 도로 옆 샛길 가에 가난한 모자기 살았다
총각이 장가가던 날
광주리의 국수는
구수한 국물에 말아
양념 한 숟갈 얹어 싱글벙글 바닥이 났고
동네 사람이 모두 축복해 주었다
조금은 모자랐기에
고향 지키는 등 굽은 소나무 같은 효자였기에
지금
내게도 아픈 손가락이 있음은 아닐까
안동 국시 위에 삭힌 고추처럼
보기만 해도 땀이 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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