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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린 ♡ 시인방

드므를 놓는 마음으로 (경복궁)

작성자채린1|작성시간20.12.26|조회수120 목록 댓글 0

드므를 놓는 마음으로


                    채린



마지막 달력을 뜯어내고
쳐다보는 서른한 개 날짜들
살얼음판같이 매끄럽고 두렵다
반성의 시간이 몰려든다
지레짐작하고 제풀에 놀라
나가떨어지고
불효자가 효자의 집에
배우러 갔다
도리어 부모의 역정만 샀다는
이야기
제아무리 뛰어도
그 누구도 알아주는 이 없는
눈물 훔친 적 있었지 않았던가
조용히 침묵의 시간으로
수행에 들어간 나무들처럼
저 드므를 본다
본래의 사용도 일품이지만
드나드는 사람이
비치는 제 모습을 보고 다시한번
옷매무새를 여미는 것은
아니었을까
모자란 마음, 시간 뒤에
새롭게 긴장이 돈다
딱 좋을 때다
인생이 무엇인지 알

***
드므ㅡ방화수 담는 용기로써
화마가 물에 비친 제 모습에
놀라 도망가게 한다는 화재 예방을 위한 상징적 의미가 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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