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조의 호숫가에서
채린
중대백로 한 마리가
물의 호숫에
고개를 들었다 놓았다를 반복한다
어쩌면 조금 늦어서
마법이 깨지나 않을까
콩닥거리는 내 심장의
소리를 들었는지 모른다
백조를 기다리는 왕자의 마음이 이러했을까
텅 빈 물의 정원
나는 발에 힘이 풀려
그네에 주저앉았다
떠나버렸을까
기온이 13도라는 것을
딱 알아버렸을까
저 먼 나라에
눈도장 찍은 님이라도 있는 걸까
챙겨온 러시아 쌍안경이
웃는다
주착이다 주착이다
꼭 보고 싶었는데
막히는 길도 마다하고
달려왔건만
한참 동안
발걸음 떨어질 줄 몰랐다
오데트의 환영만 어른거리고
야속하다는 말만
입가에 맴돌고
다음검색
카페 검색
- 답글 제목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