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봄이다 채린 그저께 산책길에서 본 굳건하면서도 거대한 천막 창고가 밉살스럽게도 턱 버티고 눈길을 외면하고 있었다 흥! 그랬는데 바람이 전하는 말에 확인을 갔다 그 무거운 건축 철재들은 흔적 없다 원상복구란 이를 두고 하나보다 9년 전 이사 왔을 때 장갑공장이 어두침침한 속에서 칙칙 가동 소리를 내곤 했다 스러져가는 시골 버려진 폐가와 다를 바 없었다 그래도 작은 지름길은 민들레를 키우고 접시꽃을 피우는가 하면 머위 잎사귀를 내 5분 거리의 출 퇴근길이 안약 같은 존재였다 2년 전 어느 날 땅을 산 주인은 공장을 헐고 사도라는 이유로 오래전부터 있던 길을 막았다 그 스나미에 잃어버린 내길 뽕나무 순도 목련도 밤꽃도 볼 수 없었다 눈가에 물안개처럼 피어오른 촉촉함 미련이고 안타까움이었다 여러 길이 나고 생활에 편리함이 더해졌지만 그것은 체증이었다 이 길이 훅 뚫린 것처럼 가슴 응어리 막힌 것들이 무너지고 복사꽃처럼 환한 모두의 또 봄이길 사진제공 덕양 작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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