곧 좋은 날이 오려나 보다
채린
조갈증 난
목이 탄
날들을 뒤로
조용한 숲에 무거운 마음을 푼다
태양도 싱그러움에 얼굴을 빼꼼 가리고
바람이 훌고 간 자리에는
그럴싸한 걸작이 남았다
베어낸 무덕 무덕 풀더미에선
아직 풀냄새 풋풋하다
오솔길에 흐드러진 망초꽃
누굴 위해 저리도 곱게 빚었을까
한 치의 오차도 없는
어여쁜 솜씨
풀 그릇 그릇마다
얌전히 담겨진 수란을 본다
고명의 진수다
큰 잔치가 열였다
초대된 사람들이
한바탕 버무린 자연에
쓱쓱 속 때를 벗어던지고
얼씨구 춤을 추는 환영을 본다
곧 좋은 날이 오려나 보다
사진제공 - 죽전 작가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