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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린 ♡ 시인방

그가 찿아왔다

작성자채린1|작성시간22.11.20|조회수126 목록 댓글 0

그가 찾아왔다
채린


2년 7개월을 수소문하고
샅샅이 뒤져 나에게 왔다
마주치지 않으려
참 많이도 밀쳐내고 도망 다니고
원수가 만난다는
외나무다리도 건너지 않았다
그런데 그가 찾아냈다
결국 나는 모든 것을 포기하고
협상하기에 이르렀다
욥의 목숨만은 거두지 말라고 했듯이
마지막 보루는 남겨달라고
다른 것은 어떤 것이든 흔쾌히 받아들인다고 했다
새옹지마의 뜻을 머리에 새기고 또 새기며
오늘의 굴욕을 모래에 적었다
시간은 고장 난 게 틀림없이 무디게 더디게
옛날 삽짝문처럼 삐꺽거린다
나는 찾아온 그를
십년지기처럼 융숭히 대접한다
먼저 마음을 비우고 정갈하게 가라앉힌다
오곡밥을 차려오고
탕을 끓이고
곡차를 내오고
조치를 준비하고
정성껏 마음을 표시한다
가는 정이 있음 오는 정도 있겠지
서서히 피어오르는 허파꽈리들의 함성
기쁨의 배웅
잘 가시오

사진 제공- 이스타나 작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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