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나무 숲에 들어간다
채린
하루 해가 저문다
마지막 힘을 발하여
고운 빛깔을 뿜어내고 이지러진다
나는 피로를 한껏 몰고
맑고 조용한 자작나무 숲에 들어간다
하얀 분칠을 하고 형이상학적 모습으로
뚫어져라 쳐다보는 눈눈눈
냉기가 핏줄을 타고 소름이 귀를 연다
하늘과 맞닿아 줄지어 선 끝없는 풍경
별빛이 묻어오면 신비한 자작나무 입을 연다
저마다 하늘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나는 아득히 정신을 잃고 꿈을 꾼다
타닥타닥 자작의 불을 붙인 화촉들이 켜지고
행복한 쌍쌍의 어른이 탄생한다
오물오물 껌을 씹으며
잠자리에 드는 어린 친구들
자작의 나라 일상 그 모습에 취해
바삐 움직이는 날개 단 작은 천사가 된다
미명이 오는 새벽녘까지
참 잘 잤다
이파리부터 껍질까지
아낌없이 모두 주는
네가 있기에
* 월간문학 2022 01월호 게재
사진제공-새벽풀향기 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