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월의 깃에서/채린(綵璘)
유월이
속삭인다
한해의 반을 잘 지나왔다고
귓바퀴를 가르며 응원가를 들려준다
먹고 일하고 자고
반복된 생활
무엇을 잘했다는 것인가
사람이 빵만으로 살 수 없다는 말
나이가 들면서
귓바퀴의 자람만큼 더 가까이 들려온다
치열한 삶의 현장에서 삼백 육십 오일
억척스레 일하는 동포들
그 앞에서 사치란 말은
피곤하다는 말은
누가 될 뿐이다
그 옛날 아메리카 부를 이룬
하와이의 수수밭 노동자의 모습이
짙어지는 녹음에 오버랩 된다
유월의 깃에서
내 마음 어딘가에 있는
꼬깃거리는 단어 하나 끄집어내
싱그런 유월의 빛깔에
툴툴 씻어본다
사진 제공 - 옐로나이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