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밤의 비애(悲哀)/ 채린
무섭도록 퍼부어 대는 소낙비
웅크려 벽에 붙은 채 꼼짝도 못 했다
뼛속 마디마다 새겨진 그대 향기
씻겨가기 싫다고 아우성 쳐댔다
한 땀 한 땀 수놓은 긴 동행 길
말로 씻어 낼 수 없는 얼룩진 화음
아픔도 비애도 섞은 정
그 복병은 잊을 수 없는 개떡 맛 되어 문득문득
폭포수처럼 내리 꽂혔다
남몰래 숨겨 놓은 싸릿대 잎사귀 수만큼의 날 중
단 하나 잉태된 진실의 잎 하나
그 떠는 초라함에 눈은 허공을 응시한 채
단발 마의 소리조차 내지 못했다
천둥소리에 귀 씻었을 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