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드라미 -채린(綵璘)
한여름 더위 홍어처럼 안으로만 삭히며
짧은 밤 주체할 수 없어
터진 입술 벌리고
새벽녘 속울음 울어 재끼는 열정의 여인
오래전 잊었던 이름
향수 불러내며 허허로이 웃지만
석류알보다 더 알찬 옹심이로
세상 향해 뜀박질한다
동네 아이들
갖은 돌팔매 묵묵히 견디며
하얀 박처럼 몰래몰래 속내 키우는 모습
애연하고 장하다
가을이 오는 소리 칙칙 들리고
더위가 손 흔들며 모퉁이 돌 때면
망울망울 까만 한 토해내고
붉은 볏 곧추세우고 횃대 위에 앉아 크게 크게 세상을 호령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