꽈리
채린(綵璘)
갈대 울타리 양지바른 곳
옹기종기 피어올라
함초롬 내미는 초록빛 사랑 정말 그립구나
하루 이틀 네 밑에 쪼그리고 앉아
빨리빨리 여물기를 손꼽아 기다렸었지
주황색으로 물든 날 가슴 설레며 살폿 따내어
조심조심 한알 한알 씨앗을 발라
입속에 넣고 동그랗게 불어 소리 내던 날
내 유년은 그렇게 저물어 갔지
세월의 강을 훌쩍 뛰어
불혹 언저리 서성이는 마음
그 유년의 뜰에 핀
주홍빛 알사탕이 부르는 것 같아
내 두 눈은 자꾸자꾸 뒷걸음질 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