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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과 비 /채린
왕궁에서 특별한 소꿉놀이를 한다
곤룡포를 걸치고
활옷을 입고
그대는 왕
나는 왕비
너른 왕궁 난간에 서서
거닐기도 하고
근정전에서 위엄도 부려 보고
교태전 앞에서 교태도 부린다
노란 은행잎 반찬을 하고
빨간 단풍잎 앞에 두고 담소를 한다
경회루 연못에 비친 하늘이 푸르도록 시린 가을날이다
모래 담아 밥을 짓고
풀잎 담아 찬을 놓고
행복한 웃음 머금던 유년
그 고개 넘고 넘어
또다시 펼쳐지는
아름다운 왕궁의 특별한 일상이
그리 녹록지 않은
평범한 일상이라는 것을
느끼며
하늘과 땅의 이치를 깨닫는
이순의 특별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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