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채와 청보리
채린(綵璘)
여기저기 화사하게 놀던 곳 돋보이려
봄바람이 삐질삐질 붓질합니다
야구장서 터진 함성에 더욱 손을 서둡니다
가로에는 좁쌀알 같은 열매들이 깔리고
곧 열릴 여름 무도회에 나설 이파리들이
우아한 연초록 드레스를 입고 수다 떨며
짙은 화장을 끝내 갑니다
추억 심어놓은 도심지 보리밭 이랑에는
아이 손잡고 놀러 나온 사람을
부러운 듯 갸웃거리며 연실 고개 내미는
이삭의 모습도 보입니다
유채와 보리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음성이
파란 옥타브를 맞추고
힘차게 힘차게 아우성을 칩니다
불 줄 모르는 보리피리 하나
마음으로 꺾어 듭니다
삐리리삐리리
등굣길에 추억 하나
재빨리 날아와 두둥실 춤을 춥니다
아
오늘은
청보리가 신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