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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린 ♡ 시인방

어떤 비목 그늘에

작성자채린1|작성시간19.06.04|조회수106 목록 댓글 1


        어머니의 땅(어떤 비목 그늘에)/채린 무심코 지나는 옛집 평상에 앉아서 푸성귀를 다듬는 그 여자를 본다 삶의 풍상이 스치고 간 태풍의 자리에 오롯이 선 초라한 대궁 같다 소시지 몇 개 나누며 얻은 신상명세서 그 무서운 얼굴 안에 따스한 미소가 빼곡히 적혀있다 남편이 어떤 존재인지 가늠할 수 없는 나이 남편을 전쟁에 내어주고 때마다 찾아오는 끼니는 목구멍으로 내려갈 뿐 어린 자녀들의 울음으로 소화를 시켰다 혼자 힘겹게 보살핀 어린 자녀들은 봉오리를 맺고 가지를 치며 긴 시간 동안 잘 자라 아름다운 인꽃을 폈다 앞마당의 목련은 수도 없이 피고 지고 뒤란 밤꽃이 우우 하고 울면 그 여자도 따라 울고 전쟁의 미망이란 백색의 그늘 아래 묵묵히 피어난 할미꽃 자랑스레 복스러운 며느리 이야기에 얼굴이 환하다 움푹 팬 눈 밑 사이로 행복이 너울거린다 슬픔 속에서 덮친 불행의 연속 교통사고 집 앞을 벗어나지 못한 지구둘레만이 자신의 성이다 앉은뱅이 된지 또한 긴 시간들 그 험난한 시각을 원점으로 돌려보고 싶진 않을까 괜찮다고 손사래 치는 그 여자 수세미 기어오르고 나팔꽃 줄기 뻗는 이 유월 아픔으로 찌들은 그 마음 희석시키며 성큼성큼 마당으로 들어서는 훈장 단 젊은 남편을 기다리며 오랫동안 비목 그늘 같은 그 평상을 지켰으면 좋겠다 그루터기처럼 고사리, 호박꼬지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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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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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김석화 | 작성시간 19.06.04 언제나 향기 가득한 좋은 고운글 주셔서 잘보고 갑니다
    감사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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