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라디올러스
채린(綵璘)
녹황의 굽이치는 물결 소쿠리에 건져
차곡차곡 품에 안고 가는
양 떼 몰이 소녀
사월의 풋풋한 숨결 몰아
정갈한 우물 하나 들인다
밥상 위 절은 때 말끔히 벗겨 내고
놋그릇 반상기 가지런히 붙여놓고
상큼한 입맛으로 둥그레 밥상을 차린다
그 태[態]에 취해 돌풍에 빨려 들어간다
높다란 용마루 처마가 날렵한 보선처럼 콧등을 올리며
위엄을 뽐낸다
사옹원 수많은 노자와 비녀들에게
꼼꼼하고 까탈스럽게 가름질 하며
윗전의 건강에
온 정성을 쏟으라고
서슬 퍼런 눈 부릅뜨고 핏발을 돋운 목소리
간장 된장 불러 들린다
그날그날이 처음인 것처럼
달걀 물 가지런히 부쳐 맛깔스레
고명 올린 최상의 음식
숭어 조치 소담스레 담은 최고의 정성
연보라 12첩 수라상
은수저 나란히
따스한 봄밭에 생을 차린다
난 인양 쭉 뻗치는 칼날
구슬땀 뻘뻘 흘리는 대령숙수의 모습을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