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눈을 푸르게 하는 것들
채린(綵璘)
오래전 아이들 책상이
멀쩡한 모습으로
내 책상으로 자리 잡았다
평온히 지내는가 싶더니
내 의지와 상관없이 침대 크기가 바뀌면서
책상 상판은 쫓겨나고
불편한 생활이 시작됐다
서랍 위에 비좁게 앉은 컴퓨터
맞지 않는 의자
정리의 왕이 버리는 것이 으뜸이라는데
쓸모없는 물건이란 없다
머릿속이 요즘 시대로 바뀐다는 데
내 머리도 영역을 넓히는가 싶더니
지인에게 예쁜 미니 상판을 주문했다
안성맞춤이란 것이 이걸 두고
하는 말인가 보다
도자기 박물관서 사들인 컵 한 쌍
다육 판매장서 다육 몇 개
수석원서 사들인 작은 돌 한 점
바닷가서 주워온 예쁜 조개껍데기
나무전시관에 갔다 선물 받은
낙타 머리 닮은 막대기
녹색의 물결처럼 내 눈을 맑게 하고
내 마음을 우주 공간에 떠 있게 한다
내 지구 여행이 한층
즐거울 것이다
편안한 동거의 시작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