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 박물관에서/채린
전시된 철통 안에 앉는 순간
깜부기로 수염을 그리던
유년의 마당으로
쑥 들어선다
누렇게 익어가는 보리밭
사이로 술래잡기하며
깔깔거린다
개울가 공사에 가져다 놓은
시멘트 통 안에 쪼그리고 앉아
하늘에 구름 타고
손오공이 되고 싶던 그 오후
눈 깜짝할 시간에
이렇게도 와 버린 거리
뜻 말도 이해 힘들던
유수와 같다는 말을
실감한다
운석에서부터
지구에 있는 쇳덩이들
녹 쓸고 망가져도
돌고 돌아 새것으로 거듭나
지구를 반짝인다
너무나 닮고 싶은 그 모습
연단 되는 과정이
조금 쉬우면 좋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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