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상황/ 채린
"나물밥 먹고 맹물 마시고"
성현님 말씀처럼
들판에 누워 비췻빛 하늘을 본다
느티나무는 햇빛을 가리고
가문비나무는 넉넉하게
가지를 내주며 운치를 더한다
백양나무는 은빛 잎사귀를 흔들어대며
가을이 멀지 않았음을 알려준다
종일 흐리다는 예보는
물 건너간 지 오래고
폭염주의보가 떴다
바늘귀 제대로 꿰지 못하고
허리에 묶어 산 세월
그래도 얼렁뚱땅 대충 살지
않았음을 누군가는 알겠지
녹음 우거진 그늘에
유달리 연녹색을 띤
저 우아한 매타처럼
조금은 위안을 줄지도 몰라
도심 가로수의 극성 매미보다
구름 한 번 하늘 한 번 쳐다보며
여유롭게 우는 매미
역시 시골은 활력소를
입으로
귀로
넣어준다
참 아름다운 여름날의 정오
*매타-매타세쿼이어
매미 -참매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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