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문사 은행나무
채린(綵璘)
호기심이 엿가락처럼 늘어지며 하늘 위로 치솟는다
아직은 비단옷을 벗을 때가 아니라고 투정 부리는
단풍잎 틈새로 접근금지라는 팻말을 밟아버리고
두더지 한 놈이 슬그머니 은행나무 곁으로 잠입한다
무슨 비밀이 있기에 그다지도 대우를 받는지
산허리 하나 잘라내 피뢰 탑을 세우고
기고만장하는지 기어이 밝히고 말리라
굴속이 대낮처럼 환해 도수를 낮추어 보니
반딧불이 모여 수다를 떤다
화려한 불빛을 피해 여기에 다 모였구나
닳고 헐어빠진 손가락들을 엿가락처럼 늘이며
흐느적거리는 거대한 문어가 눈앞에서 숨을 헐떡거린다
바깥 자유를 찾아 굴을 파고 또 파는 영광의 탈출 장면이다
은행 지기의 해설처럼 물줄기에 입대고
뒷간의 검은 노다지 긁어모으느라
낯선 방문객을 알아차리지 못한다
위로 뻗쳐오르는 거대한 피라미드
바깥의 화려함,사람들의 칭찬 이면에 힘겨운 노동이 헐떡인다
유언으로 남긴 보물 찾아 과수원 구석구석 파헤친
어느 형제의 욕심이 탐스런 과일을 수확후
어버이의 참뜻을 깨달은 이야기가 떠오른다
황금을 주렁주렁 다리에 걸치느라 힘겨운 여행을 얼마나 했을까
무릎에 툭 튀어나온 혹 하나 달고
알 수 없는 여정에 영양분을 저축하는 저 머리
시간이란 너른 사막을 또 얼마나 지나왔을까
물구나무서서 한 치의 양보 없이 행진을 한다
피라밋을 걸머진 저 거대한 낙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