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봄은 왔건만 / 채린
또 봄은
노란 개나리를 틔우며 이미 왔다
곳곳마다 인심은 천수답처럼
가물고 한겨울에 머물러있다
매년 사치처럼 달라붙던
꽃샘바람도 눈치를 흘금거리며
대청마루 밑에서 고양이와 노닥인다
빈 장독에 숨었던 바람이
찬 공기를 내뱉고
풀씨를 어루만지며 꿈틀거린다
사색에서 으뜸을 차지하던 담배 연기도
허공을 밀려나
구석진 담벼락에 벽화처럼 그려댄다
봄을 사와 엿기름처럼
아랫목에 틔우려 널어놓은
냉이도 희뿌연 다리에
생채기가 난 듯
각선미를 보이지 않는다
짧은 옷이
엷은 옷들이
아지랑이 몽글거리는
봄날에 어우러짐을 보고 싶다
파란 하늘
손오공처럼 구름 조각 타고
노닐고 싶다
봄을 찾자
나의 봄을
우리 모두의 멋진 봄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