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youtu.be/bxaExy8vBVk?si=1l3BofCM8RfRVtQ1
[등짐]
사람에게는 많은 짐이 있다. 물론 모든 것은 생각하기 나름이겠지만, 사람이 살아가기 위해 필요한 좋은 먹거리를 구하는 것부터 좋은 옷을 구하는 것, 좋은 집을 구하는 것, 그 모든 것을 위해 돈을 버는 것 모두가 어찌 보면 짐이다.
또한, 그 과정에서 공부를 하는 것과 직장생활을 하는 것, 결혼을 하는 것과 자식을 키우는 것, 부모를 봉양하는 것도 하나의 짐이며, 올바른 사회 구성원이 되기 위한 우리의 도덕심이나 정의감, 공동체 의식 등 이런 모든 것이 하나의 짐이다.
그런데 그 짐이란 것이 참으로 오묘하여, 우리가 등산을 할 때 적당한 무게의 배낭은 사람의 허리를 숙이게 하여 중심도 잡아주고 허전한 등을 채워주기도 하는 것처럼, 반드시 사람을 힘들게만 하는 것은 아니다.
내 인생을 돌아보면, 나는 공부란 등짐을 통해 나를 통제하고 인내하는 법을 배웠고, 결혼과 자식이란 등짐을 통해 진정한 사랑의 위대함을 알았고, 그 외 다른 다양한 짐들로 인해 가벼이 날리지 않고 올바른 길을 걸어올 수 있었다.
그러고 보면 저러한 짐들이야말로 우리 인간을 더욱 인간답게 성장시켜주는 것일지도 모른다. 저런 다양한 짐들을 짊어진 무게로 인해 나는 함부로 궤도를 벗어나지 않았고, 저 다양한 짐들의 고통으로 인해 타인을 사랑하며 함께 살아올 수 있었고,
저 다양한 짐들에 눌림으로써 성실과 겸손을 실천하며 인간답게 살 수 있었으니, 배낭을 메고 산을 오르고 나면 배낭 속의 짐이 곧 기쁨이요 선물이다.
-나동수 수필집 “시와 당신의 이야기”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