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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별 ♡ 시인방

명태 따라 가기

작성자김별|작성시간14.05.27|조회수77 목록 댓글 7

명태 따라 가기 / 김별

 

북태평양,

빙산 떠다니는 찬 바다에

뜨거운 이마를 식히고 싶어

얼음처럼 투명하고 서늘한 영혼으로

청춘의 한 시절을 보내고 싶어

 

동해,

세상이 드러나는 여명 속에

그물을 올리는 어부이고 싶어

만선으로 돌아와

잠들 수 없는 여자의 밤을 원없이 달궈주고

다시 출항의 닻을 올리고 싶어

 

먼 항해,

어린 시절 학교 가기 싫어

밤나무개골에 숨어

책장을 뜯어 접어 날리던

종이비행기를 타고

강물에 띄워 보내던 종이배를 타고

저 먼 미지

꿈의 세계로 떠나고 싶어

 

대관령 덕장,

백두대간의 정기를 마시며

금빛으로 마르고 싶어

눈보라 험한 채찍으로

한 방울 피까지

살아서 천 년

죽어서 천 년을 사는 주목같이

풍장의 세월을 보내고 싶어

 

시장,

억척스런 어머니의 도끼칼에

몸뚱이는 세 토막

모가지도 뎅겅 잘려

장바구니에 담기고 싶어

밥상머리 빼곡이 둘러앉은

제비새끼 같은 형제들을

죽순처럼 쑥쑥 키우고 싶어

 

아침,

뜬눈으로 새운 밤을

박달나무 방망이로 뼈가 으서지도록 흠씬 맞고 싶어

살점까지 나긋나긋 풀어져

서방님 쓰린 속을 시원히 풀어주는

어여쁜 각시의 배웅으로

거뜬하게 다시 하루를 시작하고 싶어

 

남대천,

연어처럼 돌아오지 않아

영영 떠날 뿐

빙산도 일출도 산정의 눈꽃도

다시는 찾지 않아

목숨보다 뜨겁게 사랑하고

마주 앉은 식사가 언제나 최후의 만찬일거야

 

오늘의 삶

맛있고 치열하게 이렇게 사는 거야

나 명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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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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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산내일기 | 작성시간 14.05.27 별 시인님~밥상의 보물,명태의
    일생을 눈에 선하게 그리셨군요~~
    차디찬 북태평양~고향을 버리고
    동해로 헤엄쳐 와서
    어부의 거물에 기쁨도 되었다가
    대관령 덕장에서 눈바람
    쐬어 말리워서~~
    온갖 풍상 다겪어
    밥상에 오르는 명태의 일생^^

    지금 겪고 사는 우리 인간의
    일생을 명태의 운명에다
    대입하신거지요~~~
    고난 없이 되는 귀한 인간이
    어디에 있을까요^^
    치열하게 살다가
    밥상의 보약처럼,허무하게는
    떠나고 싶지 않은
    별 시인님의 소망이 담겨 있는
    시라는 생각이 들어요~~

    어쩌면 우리 모두는 명태같은
    일생을 살고 있는지도 모르겠어요^^
    아침에 소감 적어보며,
    반갑지만,치열한 눈빛이
    교차되는 바깥세상에 나갑니다~~
  • 답댓글 작성자김별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14.05.27 산내일기님 안녕하세요. 님의 말씀은 사람을 즐겁게 하는 것 같아요.^^*
    오늘도 치열한 눈빛이 교차되는 바깥 세상에 나가신다는 말씀이 힘겹지 않고 멋지게 들리네요.^^* 명태의 삶이나 우리네 치열한 하루하루의 삶이나 같은 것 같아요. 그렇게 사는 거지요. 온갖 풍상과 파도에 휩쓸려도 용감하게 주눅 들지 않고 멋지게 살아야겠지요. 살아서 천년 죽어서도 천년을 사는 주목처럼 그렇게 후회없이 살아야지요. 네 저의 소망도 담겼을 겁니다.그 소망이 그물이 걸리지 않기를, 그 소망이 부질없이 부서지지 않기를 바란답니다.
    오늘도 치열한 눈빛이 교차되는 바깥 세상에서도 멋지게 사세요.^^** 감사합니다.
  • 삭제된 댓글입니다.
  • 답댓글 작성자김별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14.05.28 일년에 일곱 번이나 되는 제사, 달력을 받으면 경조사부터 기록하는 님의 모습에서 종부의 삶을 그대로 볼 수 있을 것 같네요. 명태는 제사에는 꼭 필요한 생선이지요. 지지고 볶고 포를 올리고, 그뿐이겠습니까. 해장국이며 명태의 알도 젓갈로 유명하지요? 명태가 우리 밥상에 오르기까지 돌아 온 여정이 결코 만만치는 않았을 겁니다. 우리네 삶과 별반 다르지 않을 것 같아요. 명태를 통해 우리네 삶을 그려보았네요. 제사를 지내고 고단하셨을텐데, 그리고 온종일 많이 힘드셨을텐데 이렇게 정성어린 말씀을 주시니 감사하단 말씀보다는 황송하다는 말씀을 드려야겠습니다. 다시 아침이 밝았네요. 고단함이 아직 풀리지 않았을 것 같습니다
  • 답댓글 작성자김별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14.05.28 김별 아무쪼록 건강조심하세요.
    건강이 안좋아지만 치열한 삶 이끌고 갈 수 없잖아요? ^^* 오늘도 멋지고 아름답게, 보람있게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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