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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별 ♡ 시인방

사랑니

작성자김별|작성시간14.07.11|조회수167 목록 댓글 22

사랑니 / 김별

 

죽어도 크게 원은 없을 나이

이 가을 지나면 거짓말처럼 벌써 나이 오십인데

이제서 사랑니라니

부끄럽게 사랑니라니

 

지난 몇 며칠

어수선한 꿈을 많이도 꾼 것이

이齒 때문이었을까

밥 먹는 것이 여간 고역이 아니고

씹을 때마다 아파

입을 크게 벌리고 거울을 봤더니

보일 듯 말 듯

말 할 수 없이 부은 잇몸을 뚫고

가장 구석진 곳에

생각지도 못했던 흉악한 것이 돋아났다

 

사람 나이 백 살이 넘으면 검은 머리카락이 새로 나고

이도 새로 난다는 말을 듣기는 했지만

그것이 진짜인지 그냥 하는 말인지는 모를 일

다만 내게 닥친 생각지도 않은 사건이

몇 년 전부터 생기던 충치의 아픔을 견디며 지켰던 균형을

깨뜨릴만한 몰골로 흉하고 아프다

 

말로만 듣던 사랑니는 왜 이 나이에

이렇게 흉하고 아프게 나야만 하는가

치통약을 찾는 것도

치과에 갈 생각도 미쳐하지 못하는데

이 나이에 새로 나는 이를 무엇이라 해야 하나

죽기 전에 철든다는 말처럼

그것은 어쩌면 생의 마지막 선물, 혹은

애물단지라 해야 하나

아니면

스스로에게 끊임없이 던졌던 질문에 대한 처음인 답인가

 

살만큼 산 삶이 다시 힘겹다

그렇지만 여기 가혹한 현실의 끈을 놓아도 좋을 나이

더는 나를 속이고 남을 속이고 싶지 않다

당신

늦어서야 진정한 아름다움을 알게 해준 당신으로 하여

뜻하지 않게 쑤시고 아파

잠 못 들고

충치 사이로 하얀 목련꽃 봉우리가

철모르고 이렇듯 피어나는 것일 게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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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답댓글 작성자김별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14.07.12 아직 철 안들었어요.^^* 철들기 싫어요. 언제나 철부지 애처럼 살고 싶어요.^^*
    철들면 죽는다잖아요.^^* 아직 죽기 싫어서...^^* 사랑 한 번 못 받고 죽기 싫어서...
    좀 더 살래요.^^* 사랑니는 이의 전체적인 균형을 맞춰주기 위해서 나는 것 같습니다. 시를 오래 쓰면 틈이 생기고 느슨해지는 경향이 생기겠지요. 그래서 자연치유적으로 나는 생명의 본능적인 배려 같아요.^^* 이쯤 되면 의사지요.^^* 사랑니 핑계로 아프고 싶어요. 사랑도 하고 싶고...^^* 그런데 사랑해 주는 사람이 없어요.^^* 느루님 이런 맘 아시지요?^^*
    즐거운 휴일 되세요.

  • 작성자아다롱이 | 작성시간 14.07.13 ㅎㅎ 시인님은 이제 철이드나 보네요 그러고 보니 저보다 어른이시네요? 어쩜 좋아요? 저는 아직 철이 안들었는지 사랑니가 날생각도 않아요? 아래위 그냥14개씩 28개 뿐이니요 ㅎㅎ 그냥 감사 하세요 철없는 저를 바라 보세요 ㅎㅎ 부럽습니다 어르신~~ㅎㅎ 댓글 첨부 이미지 이미지 확대
  • 답댓글 작성자김별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14.07.14 아다롱이님 아직 사랑니가 나지도 않았다니 어떻게요.^^* 한 10년 후에 나서 그때 사랑에 빠지면 더 좋기야 하겠지만 ~~^^* 아다롱이 소녀님, 그렇지만 그만큼 건강하다는 뜻인지도 몰라요. 사랑니가 필요없는만치 이 간격의 틀이 튼튼하다는 뜻이니까요. 언제나 건치로 맛있는 거 많이 드시고 행복하세요^^* 한주 시작 멋지게 하시고요. 예쁜 말씀 감사합니다
  • 답댓글 작성자아다롱이 | 작성시간 14.07.14 김별 어르신! 감사 합니다 아직 철이 들지 않았으니 더 겸손해야 될것 같네요 부모님께서 노산이나 마찬가지로 저를 낳아 주셨지만 건강하게 낳아 주신것 같아요 친구들을 보면 거의 틀니를 했고 돋보기 안경들을 쓰고 있는데 아직 안과도 못가 봤지요 ㅎㅎ 치아는 몇년전에 교회장로님께서 어금니만 싸 주셔서 나름대로 건강하게 음식을 섭취하고 있어요 제 아이들도 40세가 넘었는데 사랑니가 아직 안났다네요 고생하지 않으니 좋은유전자인가? 그나 철들때는 언제인지?오늘 활기찬 하루 되세요 항상 건강하시고요~~ㅎㅎ 댓글 첨부 이미지 이미지 확대
  • 답댓글 작성자김별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14.07.14 아다롱이 아주 건강한 체질로 태어나신 거지요^^* 허약 체질로 태어났다면 지금같은 건강을 유지하기는 힘들었을 것 같아요.^^* 건강체질로 태어나 부모님의 특별한 사랑으로 애지중지 컸으니 당연히 건강하신 것 같습니다.^^* 철은 안들어도 상관없어요. 그냥 늘 소녀처럼 꿈꾸듯이 사시면 그게 더 행복하니까요. 아마 님께서는 그렇게 사실 것 같아요. ^^* 철든다는 건 어쩌면 근심걱정이 는다는 것일테니까요.^^* 저는 너무 어려서 철이 들어서 청춘조차 악몽처럼 보냈는데...^^* 그래서 벌써 팍삭 늙었어요^^* 그래서 오히려 철을 버리려 노력하지요.
    그래야 다시 회춘할 것 같아서...^^* 언제나 건강하세요.
    멋진 그림 고마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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