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장고 / 김별
가슴을 열면
텅 빈 냉장고
냉기만 가득히 쏟아진다
퀘퀘한 냄새
난 그토록 오래 닫혀 있었다
그리고 곧 닫히고 만다
하얀 성에가 낀 심장
꽝 꽝 언 얼음 덩어리뿐이다
바퀴벌레 한 마리 재빨리 숨는다
눈부신 세상이 두려웠던가
타는 갈증은
한 모금 시원한 생수를
사막이 감추어 놓은 샘물까지를 간절히 원하건만
말라비틀어진 생선 한 토막을 버리며
열 때마다 절망이다
알면서도 열고
다시 또 절망이다
숟가락을 놓고 돌아서서 느끼는 허기처럼
끝없는 배설로도 채워지지 않는
비어있기에 채울 수 없는 욕정일까
빙점 이하
만년설로 굳어 있는 폐허
오늘도 언 불덩어리가 꽃으로 피어나기를
다시 가슴을 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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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댓글 리스트-
작성자팜므파탈 작성시간 14.10.12 하얀성에가
어서빨리 꽃이되었음하네요.
잘 읽고 읽는동안 즐거웠습니다. -
답댓글 작성자김별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작성시간 14.10.12 팜므파탈님 반갑습니다. 처음 인사드리는 것 같습니다.
어서 빨리 꽃이 되었음 한다는 말씀,,, 감사합니다.^_^
깊어가는 가을 밤 편안하고 행복하세요. -
작성자자온 작성시간 14.10.12 이것저것 반절은 버릴것이였는데 서방이 한번냉장고 열어보드니 뭐라도 꽉 차 있으니 보기좋타고ㅎ 찔끔햇드랫죠 정리를 빨리해야겟구나...
그런데 서방하고는 달라요 전,
생선이나 김치도 꽉 차있슴답답하죠 하여 김치도 가끔 양이많타싶은 생선수도
좋아하는 사람들을 덜어줘서 냉장고가 숨을쉴수있게합니다
서방은 꽉 채우려하고
전 비우려하고
김별님도 냉장고가 텅 비어있을때 성애도 녹이고 청소를 깔끔히하세요 쾌쾌한 냄새빠진 깔끔한 냉장고에 산뜻하게 넣을수있는 뭔가를 생각하면서요~ -
답댓글 작성자김별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작성시간 14.10.13 한 사람은 채우고, 한 사람은 비우고,,,, 궁합이 아주 잘 맞습니다.^^* 두 사람 다 채우려고 든다면 냉장고가 그야말로 포화 상태가 되어 숨을 쉴 수 없겠지요. 두 사람 다 비우려고만 한다면,,, 언제나 텅텅 비어 먹을 게 없을테구요. 늘 그 경계선에서 채우고 비우고를 반복하니 적당량으로 공기도 잘 통하고, 먹을 것도 떨어지지는 않겠네요. 인연은 같은 것보다는 조화로움이 더 중요하겠지요. 미술에서는 그것을 황금비라 하지요?
님의 가장의 적정치가 참 좋게 보입니다. 편안한 밤 되세요/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