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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겨울의 싸락눈 / 김별
빙판 져 조심스러운 오솔길
위험한 걸음에 계단이 되어주던 소나무뿌리에도
앙상한 굴참나무 가지에도
자자작... 자자작...
누군가 부르는 듯
자꾸만 뒤를 돌아보게 하는
좁쌀알 같은 싸락눈이 내렸습니다
마음은 어느새
까마득히 사라진 먼 이야기며
아름다운 시절을 사람을 그리워하다가 지우다가
그렇게 자꾸만 깊어져
눈 덮인 세상 밖 어느
외딴 골짜기에 오두막을 짓고
가난한 시인이 되어 등불을 켜는데
그만 발을 헛짚어
꿈을 깨듯 올려다본 하늘은
어느덧 산 밑까지 잿빛으로 내려앉고
도시의 집들과 줄지어 이어지는 차들은 하나 둘
반디벌레 같이 예쁜 불을 달았습니다
날마다 들여다보았던 산수유나무 가지 끝에는
아직 아무 기별이 없어
나도 모르게 신음 섞인 메마른 한숨을 토하다가 삭이다가
또 하루를 기약하며 돌아서는데
하늘에서 선물이라도 내린 것일까
장밋빛 목도리에
간혹 콜록 이는 잔기침이 섞여 있었지만
엷은 입김이 서린
첫눈 같은 그녀의 목소리는
맑고 연약하고 따듯해
어깨를 스쳐 간 체온에 몸살처럼 얼굴이 뜨겁고
듬성듬성 눈 쌓인 무덤가에
연보라 제비꽃이라도 핀 줄 알았습니다
언덕에 올라서고 내려오며
뜀박질이라도 한 듯 숨이 찼지만
어느새 그친 싸락눈처럼
짧은 눈인사로 끝난 안부는
이른 봄꽃 향인 듯 은은한 여운이 남아
뒷모습의 겨울이 서성서성 머무는 저녁 숲에서
미끄러져도
걸음을 멈춰도
내내 행복하기만 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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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댓글 리스트-
답댓글 작성자겨울공주 작성시간 14.02.27 네 김별님 저는어린시절 푸른 초록 동산에서 추억도
아름다운 가을의 동화도 알지요.
조금 철이 들어서는 서울의 변화를 느끼면서 예민하고 아름다운 감수성을 발달 시킬수 있었지요.
지금도 저는 학창 시절 학교 옆 배밭에서 나는 그 고향의 향기와 봄이 되어 화사한 배꽃이 얼마나 아름다우며
꽃이지고 열매가 맺어 알알이 익어 가는 과정을 등.하교길에서 직접 체험을 했기에 추억이 마치 동화 같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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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혜원♣ 작성시간 14.02.27 누구나의 옛추억은 잔잔한
아름 다운 기억으로 남아있네요
가난한 시인의 추억은
더욱 애잔맘으로 느껴지군요
아름다운시에 동화되어 봅니다 ^^이미지 확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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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댓글 작성자김별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작성시간 14.02.27 혜원님의 말씀도 애잔함이 깔려 있네요.
사는 일뿐 아니라... 지나간 일을 추억하는 일도 그런걸까요.
아팠거나 슬펐거나 세월이 곱게 빚어 줄 수 있다면
모든 것들이 행복하다 해야겠지요.
서서 다가오는 어스름이 참 편안한 저녁이네요.
고맙습니다 -
작성자몽케양 작성시간 14.02.28 봄을 기다리는데 난 눈을기다린다고
퉁박 주시던 김별님
별처럼 반짝이는 싸락눈 내리는
산길을 그리셧네요
시인님이 그리신 산길과 같은곳에
울 현이가 묻혀거든요
날만 따뜻해지면 진달래 심으러 갈건데 아직은 이르겟죠 -
답댓글 작성자김별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작성시간 14.02.28 몽케양님 제가 님께 통박을 줬다니...^^*
그렇게 느끼셨다면 죄송합니다.
때로 뜻하지 않게 오해도 잘못도 하는 거지요.
너그럽고 따듯한 마음으로 이해해 주세요.^^*
봄이 오는 산길에 현이가 먼저 갔군요.
얼마나 마음이 아릴까요.
현이는 아마 꽃이 되면 님의 품에 가장 눈부신 꽃으로 피어나
향기롭게 안길 겁니다.
진달래꽃 심으러 가는 길... 울지 말고, 아파하지 말고... 포근하기만 한 품으로 가세요.
현이와 할 봄맞이 행복하시길 바랄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