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나무 /김별
눈은 부슬부슬 내리는데
구부정한 어깨를 하고
저문 언덕에 누군가 우두커니 서 있다
낯선 듯 낯익은 얼굴
유행 지난 검은 외투에 고단한 행색이
이따금 깃발처럼 펄럭인다
계단을 뛰어오르던 지하도 입구
신호등 모퉁이를 돌아서던 어디쯤
등불이 따숩던 수레 앞에서
밀감을 사던 사람
혹은 빌딩 복도를 막 돌아서다가
살짝 옷깃을 부딪쳐
종이컵의 커피를 쏟을 뻔한
기억 속에서였을까
어쩌면 문 닫을 시간이 지난
후미진 선술집에 돌아앉아
말없이 소주잔을 비우던
저기요? 부르려다가 그만 둔 사람
서늘한 옷깃에 묻어나는 따듯한 체취가
가을 국화보다 더 진한 여운으로
바람이 불 때마다 기침을 쿨럭이며
늦은 시간 누구를 기다리는 것일까
목도리도 없이
추운 언덕에
오래도록 그렇게 서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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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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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댓글 작성자자온 작성시간 15.01.12 에구~짠합니다 아깝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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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댓글 작성자산내일기 작성시간 15.01.12 자온 자온~좀전에 일어나서 내가 만든 식혜
한 사발 마시고 앉았어요^^
완전 울 외삼촌을 그려놓으셔서~~
외할부지 일본시대 일본에서
토목업(학교,호텔 짓는 일)에 성공,
부산 동래 근교에 밭이 엄청 많았어요
해방되기1년 전에 할부지 세상떠나고
외할머니 막내5살짜리 손잡고
귀향~울할머니 고추,콩심어 자식 공부시켜~~세계의 명화는 외삼촌에게
다 들었지요~그렇게 영화에 빠져서
서울. 충무로에 수십 번 들락거리다
가산 탕진~~친구기원에서 얼어
죽었지요~그게 1월 엄동설한^^
남편 월급 한 달치 그대로 들고
부산 가서 지인들 모시고
장례 치르고 오던 고속버스에서
윤시내의 열애가 울러 퍼지고
있었지요~~그런 낙인. 같은 역사가...... -
답댓글 작성자자온 작성시간 15.01.12 산내일기 멋진분인데 때를 잘못타고나셨네요 외할머님이 얼마나 가슴메이셨을까나
가산탕진이든 결핵이든 살았어야 했는데 -
답댓글 작성자산내일기 작성시간 15.01.12 자온 사랑이 많으시던 곱던 외할머니는
외삼촌 이브자리 뽀얀 옥양목
풀 먹여서 늘 고슬고슬~~
가슴 아픈 나의 추억의 사람중에 으뜸입니다^^ -
작성자자온 작성시간 15.01.12 바람이 추운겨울날 목도리 없는 남자분들보면 아내가 없나...허술해보여 한번더 쳐다보입니다
이 시는 김별님과 닮아보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