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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별 ♡ 시인방

나를 묻은 봄

작성자김별|작성시간15.03.30|조회수480 목록 댓글 8

 

나를 묻은 봄 / 김별

 

세상의 꽃들이 다 떨어지는 날까지 눈뜨지 않으리

생목숨 묻어버린 벌판에 살아오는 초록 꿈들

그들이 부르는 소리에 대답하지 않으리

바위틈에 약물로 고여 넘쳐흘러

대지를 적시는 강물까지

귀를 막고 돌아누워 보지 않으리

사무치는 아픔 눈꽃으로 피던 마른 가지에

초혼招魂으로 돌아와 매달린

눈부신 그리움 몇 송이 툭 툭

툭 툭 목이 부러지도록 차마 마주 보지 못하거늘

아무런 준비도 없이 잔기침 토하는 야윈 몸을 세워

새 생명의 행진을 어이 감당하리오

불길 휩쓸고 간 잿더미로 남은 이내 가슴

고사리조차 피우지 못한 잔해의 세월이 몇 해이던가

무너져 내린 돌탑을 쌓고 쌓아도

바람 없이도 다시 속절없이 허물어져 버린

용서받지 못 할 무슨 악업이 이리도 질기게 남아

놓지 못한 운명줄을 기어이 내세까지 끌고 가려 하는지

만신창이의 몸뚱이로 어둡고 낯선 거리를

꺼질 듯 꺼질 듯 반디벌레 같이 떠도는 가여운 영혼이여

백 년을 산다 한들 어느 하루를

꽃산 진달래 한 아름 꺾어

이내 고운 사랑에 바칠 수 있을까

아! 넋을 놓아버려도

짓무른 눈을 타고 넘치는 아득한 물마루여

홀씨 하나에 준 허튼 욕심도 없이

산약이나 구하며 매질보다 아픈 또 하루를 견디는데

무심히 돌아앉아 다시 하얗게 낯을 가려버린 산하에

청춘보다 더 빠르게 사라져버린 이미 늦어버린 날들을

멍울도 맺지 못한 살구나무 그늘 밑에 주저앉아

잇몸까지 시리네

마지막 손길마저 외면해버린 사람을

꽃잎처럼 띄워 보낸 물가에 앉아

손 담그지 않아도 뼛속까지 시리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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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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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답댓글 작성자김별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15.04.03 ^_^ 애잔한 말씀 주셨네요.
    봄도 깊어가고 밤도 깊어가네요.
    오늘은 스산한 날이었네요. 편안한 밤 되세요. 감사합니다
  • 작성자후밀리따스 | 작성시간 15.03.31 매질보다 아픈 또 하루,,,,,,
    시인님..?????
    마음이
    절절하게
    저려오네요
    육신이 아프니
    영혼까지 아프다는 말,,,

    어떤말도
    어떤 댓글도 ,,
    시인님께
    나름
    위로하고 전해드리고 싶은 말
    구구하지만..
    무슨말을
    어떻게 해야할 지 모르겠습니다
    그저..
    많이 아프고
    안타깝고
    저려올 뿐입니다

    어쩌죠..정말 어쩌죠~~!!

    님을 위해
    주님의 은총을 구해봅니다...!
  • 답댓글 작성자김별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15.04.03 지극한 마음으로 보아주시니,,, 그 마음 또한 봄꽃처럼 눈부시고 향기롭습니다.
    감사합니다. 주님의 은총까지 구하신다니... 안타깝고 저린 마음... 이 밤은 편안하세요.
    내일은 더 화창한 날이었으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작성자이브니 | 작성시간 15.04.03 자신을 자책하며 쓴글처럼 느껴져
    눈 부시는 이 봄날에~~~
    가슴이 더욱 시리게 다가오네요
    그래도 벼랑끝에 한떨기꽃이 피어있듯
    우리가 절망이라 느끼는 그 순간에도
    희망은있다고.... 별님! 건강하세요!!!
  • 답댓글 작성자김별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15.04.03 귀한 말씀 감사합니다. 절망이란 말씀에서 벼랑 끝에서 떨고 있는 한 떨기 꽃을 말씀 하시니...
    더 무엇을 말할까요. 이 봄이 천금의 값으로 채워지소서. 감사합니다. 이브니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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