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편지 9 / 김별
그대 거기에 있어요.
늘 바라보는 곳
눈을 감아도 손 내밀면 닿는 곳
뒤돌아보는 노을빛이거나
담장을 밟고 떠오르는 보름달 같이
기다려도 기다리지 않아도
눈빛과 걸음과 마음이 항상 머물러
떠나더라도 만날 수 있는 곳
슬프고 아프고 눈물겨운 날들을 견디며
나 또한 그러하리니
거기 가을꽃이 피고 갈대가 포말로 부서지는 자리
겨울 끝자락 금빛화관을 쓰고 그대가 설산을 넘어 온 자리
살구꽃이 피었다 꽃비가 되어 내려
세상의 고단한 길을
아름다운 꿈속으로 이어 주던
그 무언의 약속을
돌 속에 새기던 자리를 잊지 말아요
지난여름이 혹독했기에
더 고운 물이 들어가는 단풍잎 한 장이 떨어져
동그라미를 만드는 거울 속에
불꽃사슴 한 마리 빠지는 날에도
나 늘 거기에 있으리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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