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풍 / 김별
눈이 시린 청옥빛 하늘과
투명한 바람과 햇살
밤벌레의 노래에 취해
세상 따윈 잊고 살아도 좋으련만
어느 숲 어느 아름다운 이들이 사는 골짝에서는
봄이 그랬듯
단풍은 이미 설렘 속에
뜨거운 여정을 시작했을 겁니다
멀고 먼 자작나무 숲과
흡수골의 안개 자욱한 아침을 지나
장군총의 벌판을 지나고
국경의 강을 건너
묘향산 어느 깊은 산막에서
도토리묵을 먹으며 며칠 쉬었다
내일이나 모래쯤은
어느 토담집에서
풀꽃반지 끼워주고 한 약속을 두고
동이 트기도 전
떨어지지 않는 걸음을 다시 잡을 겁니다
그렇게 능선을 넘고
숯 굽는 연기 자욱한 굴참나무 숲을 지나
단풍은
쑥부쟁이 향이 진한 벌판과
강물까지 물들이며 이어져
문득
어느 도시
당신이 시선을 놓아버린 창가
감나무 잎을 홍시보다 더 곱게 물들이겠지만
그래서 눈물 납니다
다시 활활 타오를 이 계절
지켜주지 못한 당신 마음은
이미 겨울일 것 같아
상사화꽃밭으로 저문 하늘이
어느새 희끗희끗 눈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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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댓글 리스트-
작성자후밀리따스 작성시간 15.10.06 어느 가을 날,,
그토록 짙게 물든 단풍은
아마도 내 생애 처음일것 같았습니다
눈이 시려
눈물이 흐를정도로
그 아름다움에 마음이 먹먹해졌고
저들이 이토록 뿜어낸 고운 자태에
내 마음이 떠나질 않았어요
사람 마음을 정지 시켜 놓을 만큼
아름다움이 화려함이 되어
넋이 된 단풍잎,,
그 이후론
애써
다른 단풍을 만날려고 하지 않아요
이미
내가 기억하고 있는 단풍은
그날 만났던,,
그것으로 충분했으니...
가을이 오면
단풍물이 들기 시작하면
나는 그 날의 단풍에게
저절로 내 마음을 묶어 두고 있습니다
김별 시인님,,오랜만에 님의 글에 찾아 왔습니다
건강하시죠
잘 읽고 갑니다.
가을이 깊어지네요
건강하세요~^&^; -
작성자한결같이요 작성시간 15.09.29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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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박 지희 작성시간 15.10.03 아름다운 시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