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가 없다 / 김별
백일홍만 이쁘면 뭘 하니
백일홍보다 이쁜 너를 만날 수 없는데
하늘만 높고 청명하고 눈부시면 뭐 하니
하늘보다 높고 청명하고 눈부시고 이쁜 너를
꿈꿀 수 없는데
벌판에서 만난 이슬 묻은 들꽃만 이쁘면 뭐 하니
들꽃보다 이쁜 너의 입술에 입맞춤 할 수 없는데
그 들꽃 한 아름 꺾어 안은 들 뭣 하니
그 들꽃처럼 너를 안을 수 없는데
그 지독한 향기에 정신을 잃고 쓰러질 수 없는데
양귀비꽃 벌판에 취한 들 뭣하니
진달래꽃보다 더 뜨겁게
온 산을 활활 태우는 단풍이
미친 듯 타오르면 뭣하니
산처럼 무심히 살려 해도
나무처럼 태어난 자리를 떠날 수 없다 해도
몸부림치는 것,
길가에 돌멩이 하나조차 이쁘지 않은 것이 없건만
그 까짓 것들이 다 무슨 소용이니
너 아니면 아무것도 아름답지 않은데
너 아니면 아무것도 감동을 주지 못하는데
너 없으면 아름다움도 기쁨도
슬픔조차 이미 무의미한데
세상의 모든 것이
너 없이 다 무슨 소용이니
사랑조차 다 무슨 소용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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