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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별 ♡ 시인방

빈자리와의 건배

작성자김별|작성시간14.03.10|조회수149 목록 댓글 24

빈자리와의 건배 / 김별

 

거리를 서성이는 바람소리를 들으며

빈자리와 마주앉아 술을 마신다

“취하자!”

내 뚫려버린 가슴아

결국 아무것도 감추지 못한 채 흐르는 눈물아

기어이 벼랑끝에서 몸을 던져버린 꿈아

찬비도 길을 잃고 휘청이는 밤

어디에 둥지를 틀고 쉴 곳이 있겠느냐

자 잔을 들지...

창이 넓은 카페에는 안개처럼 음악이 깔리고

하얀 꽃묶음 한 다발 주인 없는 빈 밤을 지키고 있는데

알아보지 못할 만큼 세월이 흐른 지금

우리 이렇게 다시 만났구나

자 한 잔 더 들지

“취하자!”

나를 잊고 살다보니

너마저 잊은 줄 알았더니

웃음에도 주름이 지고

희끗희끗 머리칼에 서리가 앉아

아무 것도 변한 게 없었구나

낯선 듯 눈에 익은 듯 이렇게 다시

만나야 했구나

자 더 큰소리로 잔을 부딪쳐 “취하자!”

너를 잊기 위해

오랫동안 치열하게 살았구나

고래고래 소리치며 미쳐도 살았구나

바보 같은 놈...

그렇지만 너와 나는 어쩔 수 없이 친구

얼굴을 모를 만큼 잊고 살았어도

언제나 그 자리

이제 외롭다는 말을 할 사람조차 없는

너도 나처럼 떠나지 못했구나

마네킹처럼 앉아 웃지만 말고

잔을 들지...

자 “취하자!”

청춘의 사랑도 꿈도

모든 것은 머물 수 없는 강물 같은 것

끝끝내 바다에 이를 수 없는,

삶이란 결국 그리움만 남는 것이 아니던가

그래! 그래! 그래!

발갛게 달아 오른 볼

향기로운 입술

취할수록 빛나는 눈동자

이제 타인이 되어버린 사람처럼

손잡을 수도

입맞출 수도 없지만

이 밤 누가 있어 더 아름다울 수 있겠느냐

나의 아름다움아 다시

간장종지에 바다를 담아

잔을 들지

자 호탕하게 “취하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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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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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답댓글 작성자김별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14.03.10 느루님의 티없이 맑은 모습이 참 보기 좋습니다.
    봄햇살만큼이나 투명하네요.
    그렇게 맑게 곱게 어둡지 않게 세상의 강물 건널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아프지 않게 사랑하고, 치열하지 않게 살아가고...
    평범한 일상 속에서 자잘한 행복을 가려낼 수 있다면
    삶이 얼마나 소중한 것일까요.
    그렇게 살지 못한 날들이 참 후회스럽습니다.
    다시 되돌릴 수 없는 것이기에 더욱 그렇습니다.
    정성어린 귀한 말씀 감사합니다. 님의 맑은 글에서 많은 것을
    깨닫게 되네요. 건강하세요
  • 작성자예인박미선 | 작성시간 14.03.10 취해서 마음이 바뀌고
    취해서 모든게 잊혀지고
    취해서 빈자리가 채워진다면
    누군들 다 취하고 싶지 않겠는지요..
    취해서 모든걸 해결 할 수 있지는 않더라고요
    그저 잠시잠깐의 위로일뿐...
    한주간이 첫날 행복한 시간 되시기를..^^
  • 답댓글 작성자김별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14.03.10 그렇지요. 취해서 잊을 수 있고, 덮을 수 있는 게 뭐가 있을까요.
    상처라면 오히려 커질 것을요.
    그렇지만 사는 일이 견디지 못할 만큼 무거우면 취해야지 어쩌나요.
    취하지 않고 어떻게 견디나요. 잊고 덮기 위해 취하는 게 아니라
    견디기 위해서 취하는 것을요.^^* 취하지 말고 행복하세요.^^*
  • 답댓글 작성자예인박미선 | 작성시간 14.03.10 옛날엔 취해보기도 했지만
    그건 위로가 안되더라고요
    그후 전 술에 의지 않고 하나님께 기도하면서 위로받고 믿음으로 이겨나갑니다.
    그게 더 현명하더라고요..
    취하면 건강도 잃을 수 있고
    정신과 마음이 술때문에 혼미해지기에
    전 술을 가까이 안한답니다.
    김별님께서도 바꿔보시지 않으시련지요~^^*

  • 작성자혜원♣ | 작성시간 14.03.10 글의 제목부터 고독과 슬픔이 밀려오는군요
    김별님의 인생에 직접적으로 관여하지 않는이상
    어떤 위로가 될수있을까요
    그저 힘내 시라는 말밖에는..
    아침에 글을 읽었었는데 종일 마음에
    남아 있는걸 보면 꽤나 마음아픈글 같습니다
    제가 할수있는일은 그저 기도의맘입니다
    감기로 고생 하신다구요 속히 쾌차하시길
    기도 하겠습니다 편한 밤 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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