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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별 ♡ 시인방

11월의 바람

작성자김별|작성시간16.11.10|조회수619 목록 댓글 1


11월의 바람 / 김별


겨울이 오기도 전부터 이미 봄을 기다리는 오랜 습성이 생겨버린 나를 두고

당신은

얼음처럼 차고 시리고

눈부신 11월의 날들이 좋다 하셨지요


그런 당신을 미처 몰라 염려하여

따듯한 장갑과 목도리를 마련했던

가을날의 마음을 들킨 것이 부끄럽지만

벌써 갈대처럼 야위어진 뺨을 할퀴고 지나는

11월의 바람은 오히려 자유롭고 뜨겁습니다


그러한 11월의 바람이 채 여미지 못한 옷깃을

낚시 바늘처럼 사납게 낚아챕니다

바짓가랑이며 등에도 도깨비바늘처럼 달라붙고 찌릅니다


그렇게 피하지 못하고 허둥거리다 자빠진 자리에

밤새 비가 내리고

빗물이 고인 웅덩이엔 낙엽이 쌓여

봄날의 꽃잎처럼 기어이 둥둥 내려가는데


점점 야위어가는 나를 두고

당신은 벌써

눈사람처럼 튼실해진 11월의 바람을

눈썰매처럼 타고 달립니다


그렇건만

절실했던 사연을 담담히 담아내기에 역부족이었던

11월의 바람은

시리고 차가운 만큼의

분노와 요구로 절정의 단풍보다 더 뜨겁게 타오릅니다


숱한 세월 가슴 깊이 박혀 응어리가 되어버린

가시바늘을 하나하나 빼내다 아파하다

절규가 되어버린 그리움은

다시 목놓아 외칩니다


청옥빛 창공에 걸린 한 알 열매보다

더 붉고 눈부신 우리의 사랑

11월의 바람은

이듬해 봄

4월의 축포로 터져 나와 꽃벼락으로 뿌려질 날까지

아직은 더 뜨겁게 더 시리게

긴 겨울의 강을 건너 아득한 설산을 넘어야 하는 줄 아는 까닭에


도도한 열기는

채우지 않고서는 감당 할 수 없는

사랑의 질곡을 끝내 견뎌내야 합니다


이것이 우리의 사랑

11월의 바람은 절대로 포기 할 수 없는

운명보다 더 절실한 진실이 있었음을

비겁하지 않게

쥐새끼처럼 숨지 않고

두려움 없이 당당하게

기어이 증명해 내야 할 날들이 오고 있음을

입이 아닌 가슴으로 여는 까닭입니다


아!

이 땅에 흘러넘치는 흥겨운 11월의 바람이여

사막이 되어버린 가슴과 도시를 감싸는

순결한 파도여

수천 년의 꿈을 비로소 담아내야 할

뜨거운 열풍이여

나의 사랑이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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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댓글 리스트
  • 작성자김석화 | 작성시간 16.11.11 안녕 하셔요
    감사 합니다
    언제나 변함없이 고운 글귀 주셔서 잘보고 머물고 갑니다
    항상 건강하시고 행복 하시길 바랍니다
    웃으며 살아갑시다
    '' 글에 포함된 스티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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