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산 / 김별
태어나서 지금껏 한 번도 우산을 사 본 적이 없다.
비가 오면
낯선 집 추녀 밑에 쭈그려 앉아 피하거나
그냥 맞았다
유년시절에는 토란잎을 따서 쓰거나
남의 집 헛간이나 원두막에서
비가 그치기를 기다렸을 뿐이다
내게도 청춘이 있었는지 알지 못하겠지만
그때는 장대비건 찬비건 그냥 맞고 살았다
늘 대장간의 풀무질로 달구어진
쇳덩이 같이 벌건 얼굴을
담금질이라도 하듯 식혀 주던
비 비 비
그 비가
사막이 되어버린 도시에 만들어 놓은 거대한 강물 위에
송장처럼 누워 둥둥 떠내려가곤 했다
능선으로만 이어지던 삶에
그것은 일순간이나마 얼마나 큰 안식이었던가
나이를 먹어가며 이제
비가 오는 날은 아예 나서지 않거나
다시 송장처럼 잠이 들거나
가끔은 파전에 막걸리로 무심함을 달래다 쓰러지곤 하지만
꼭 나서야 할 때는
버려진 우산을 주워 쓴다
그렇게 평생을 젖어 살았건만
아직
젖은 당신에게 우산을 씌워 주지 못한다
그리하여 작은 비에도 콜록거리는 생이
더 아프다
아주 가끔은 뜨거운 비를 혼자 맞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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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댓글 리스트-
작성자미소를보내며 작성시간 16.11.23 감사히 읽고갑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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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김석화 작성시간 16.11.24 안녕 하셔요
감사 합니다
언제나 변함없이 고운 글귀 주셔서 잘보고 머물고 갑니다
항상 건강하시고 행복 하시길 바랍니다
즐거운 시간 많이 보내시고 행운이 가득 하시길 바랍니다
웃으며 살아갑시다 -
작성자초원의사랑 작성시간 16.11.24 가슴짠한 추억의 우산 예전에는 기름종이우산
바람불면 찢어져 비가새는 우산 비를 홀딱 맞고
학교에서 돌아오면 엄마가 손을 만져주시던생각이나네요 -
작성자오월에 작성시간 16.12.02 그 우산이 지금 그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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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설아토 작성시간 16.12.19 잘 머물다 갑니다!!
감사합니다.
행복한 시간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