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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별 ♡ 시인방

우산

작성자김별|작성시간16.11.23|조회수732 목록 댓글 6


우산 / 김별


태어나서 지금껏 한 번도 우산을 사 본 적이 없다.

비가 오면

낯선 집 추녀 밑에 쭈그려 앉아 피하거나

그냥 맞았다


유년시절에는 토란잎을 따서 쓰거나

남의 집 헛간이나 원두막에서

비가 그치기를 기다렸을 뿐이다


내게도 청춘이 있었는지 알지 못하겠지만

그때는 장대비건 찬비건 그냥 맞고 살았다

늘 대장간의 풀무질로 달구어진

쇳덩이 같이 벌건 얼굴을

담금질이라도 하듯 식혀 주던

비 비 비


그 비가

사막이 되어버린 도시에 만들어 놓은 거대한 강물 위에

송장처럼 누워 둥둥 떠내려가곤 했다

능선으로만 이어지던 삶에

그것은 일순간이나마 얼마나 큰 안식이었던가


나이를 먹어가며 이제

비가 오는 날은 아예 나서지 않거나

다시 송장처럼 잠이 들거나

가끔은 파전에 막걸리로 무심함을 달래다 쓰러지곤 하지만


꼭 나서야 할 때는

버려진 우산을 주워 쓴다

그렇게 평생을 젖어 살았건만

아직

젖은 당신에게 우산을 씌워 주지 못한다

그리하여 작은 비에도 콜록거리는 생이

더 아프다

아주 가끔은 뜨거운 비를 혼자 맞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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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댓글 리스트
  • 작성자미소를보내며 | 작성시간 16.11.23 감사히 읽고갑니다 ~~
  • 작성자김석화 | 작성시간 16.11.24 안녕 하셔요
    감사 합니다
    언제나 변함없이 고운 글귀 주셔서 잘보고 머물고 갑니다
    항상 건강하시고 행복 하시길 바랍니다
    즐거운 시간 많이 보내시고 행운이 가득 하시길 바랍니다
    웃으며 살아갑시다
    '' 글에 포함된 스티커
  • 작성자초원의사랑 | 작성시간 16.11.24 가슴짠한 추억의 우산 예전에는 기름종이우산
    바람불면 찢어져 비가새는 우산 비를 홀딱 맞고
    학교에서 돌아오면 엄마가 손을 만져주시던생각이나네요
  • 작성자오월에 | 작성시간 16.12.02 그 우산이 지금 그립습니다
  • 작성자설아토 | 작성시간 16.12.19 잘 머물다 갑니다!!
    감사합니다.
    행복한 시간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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