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동안 / 김별
우리가 걸었던 천변길에
그 동안
풀들은 얼마나 웃자라 있고
둘이서 키높이를 맞춰
살며시 들여다 보았던 꽃들은
벌써 졌을까요
가끔씩 들렸던 선술집에는
요즘 어떤 안주가 맛있고
친절하게 굴았던 키작은 여자의 소식도
조금은 궁금하네요
그리고 같이 바라보았던 강물은
이번 폭우에 깨끗해져
밤이면 등불을 밝힌 동네 여인들이
목욕을 하기 위해 반딧불 앞세워
줄지어 올 것 같아요
오늘은 손잡고 그들을 만나러 가요
달맞이꽃 풀벌레들도 우리를 오래도록 기다리고
있을 테니까요
당신께서 늘 그리 하셨듯
그들의 향기를 맡아주고
볼을 어르만져 주고
그들의 노래를 들어 주고
당신께서는 더 아름답고
향기로운 그간의 이야기를
들려 주세요
늘 꿈같은 얘기를 나누었던 벤치도
비워진 채 오래도록 우리를 기다리고
있을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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