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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별 ♡ 시인방

시수(2)

작성자김별|작성시간17.09.22|조회수523 목록 댓글 1

시수(2) / 김별

 

양말을 벗어 던지다가 우연히

방구석에 처박혀 있던

책을 발견하고 펼쳐 보니

오래도록 읽지 않아

책갈피마다 거미줄이 가득 쳐 있다

 

버려진 책인 줄 용케 알고

아주 제대로 집을 짓고 사는

거미들을 보며

순간 화가 나기도 하고 허탈했지만

 

" 현대인들이 버려야 할 첫 번째 쓰레기는 책이다."

라는 결론에 이르러

집에 있던 모든 책을

쓰레기장에 내버렸던 십여 년 전을 떠올리며

썩소......,

그야말로 쓴웃음을 지어 보는데

 

아주 오랜 세월 동안

거미가

내 책 속 허공에 근사한 집을 짓고

강태공이라도 되는 양

세월을 낚을 수 있었던 건

그의 다리며 몸통이 실오라기처럼 가늘어

그의 신체가

공기보다 가벼웠음을 알겠다

 

시수라 했던가

나 시인으로 아직 너무 무거웠구나

이슬만 먹고 살아야 했던 숱한 세월

이제 그마저 끊고

정말이지

꽃향기나 맡으며 살아야겠다

 

*****

*시수~ 시를 쓰며 말라간다는 뜻으로

이태백의 시에서 유래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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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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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김석화 | 작성시간 17.09.23 안녕하세요
    오늘도 변함없이 좋은 고운글 많이 주셔서 쉬었다 갑니다
    항상 건강하시고 행복하시길 바랍니다
    웃으며 살아 갑시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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