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땅에 예수 / 김별
이 땅에 예수가 따로 있다던가.
나라 망한 불쌍한 백성으로
일제에 총알받이로 징용으로 위안부로 끌려 가
죽을 고생을 견디다 하늘이 도와
구사일생으로 돌아왔건만
곧바로 터진 동족상잔의 전쟁통에
넋이 나간 채
겨우 목숨만 건진 사람들
그런 한 많은 사람들이
죽을 날이 가까와서도
편히 쉬지 못하고 하루 끼니를 걱정하며
노인빈곤에 시달리는
이 땅의 가련한 할아버지 할머니들
자식들 뒷바라지며
오직 잘 살아보자는 일념 하나로
허리가 휘고
온몸 구석구석 안 쑤시는 곳이 없도록
대를 이어 평생을 일만 했건만
아직 편히 쉴 집 한 칸조차 마련하지 못한 채
입에 풀칠할 걱정에서 벗어나지 못한
이 땅의 아버지 어머니
장밋빛 미래는커녕
절망을 넘어 희망마저 잃고
최저임금조차 삭감당한 채
갑질 아르바이트에 시달리는 우리의 아들들 딸들
그런 우리들
약하다는 이유로
가난하고
배우지 못하고
힘이 없다는 이유로
나쁜 짓 할 줄 모르고
착하게 열심히 일만 한다는 이유로
노동자 농민 서민
이 땅의 소시민이란 이유로
독재자의 총칼에 살육당하고
가진자들의 끝없는 욕망을 채워주기 위해
학대당하고 이용당하고
그들의 감언이설에 끝없이 속다가
쓸모가 없어지면
가차 없이 버려지는 그런 이 땅의 우리들
그런 우리 모두가
가시 면류관을 쓰고
십자가를 멘 채
후려치는 채찍에 피 흘리며
골고다 언덕으로 끌려가 죽어간
이 땅의 예수인 것을
이 땅에 예수가 따로 있다던가
이 땅의 도시며 농촌
곳곳에 선 십자가가
그들이 피 흘리며 죽어 간 증거인 것을
오늘도 하느님을 입에 올리는 자들이여
예수를 팔아 기름진 배를 채우는 채찍을 든 흉악한 자들이여
이 나라를 사랑하는
선량한 양심들이여
이 땅에 예수가 따로 있다던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