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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 또 다른 나 혹은 제3의 나 / 김별
나와 또 다른 나는 나를 잃어버린 것일까
내가 아닌 나로 살아가기
다른 나로 살아가기조차 허사가 되고
전혀 다른 삶조차 온전히 살지 못하는
그림자뿐이었거나 실체가 분명치 않은 형상뿐이거나
제 3의 또 다른 모습을 보이기도 하던데
그것조차 전부는 아니었을까
때로는 나일 수 없는 나이거나
혹은 아예 나를 잃고 영 타인으로 살기도 하는지 모른다.
온전히 나로 살 수 없는 나의 삶은 나의 것일까
가사 나 자신이 잃어버린 나를 만난다 해도
나는 어쩌면 알아보지도 못 할 만큼 나와는 이미
멀어져 버렸는지 모를 일이다
나는 처음부터 없었던 것일까
또는 모르는 척하며 살아야만 온전히 존재의 강을 건널 수 있었던 것일까
그런 나는 누구이고 진정 있기는 있는 건지
혹 가상의 존재는 아니었는지
오랜 질문을 새삼 잊지 않고 다시 던지는 건
나의 존재가 있기는 있다는 강력한 반증인가
너를 사랑하지만 정작 너를 사랑하는 것이 나인지 모른다
너를 미워했던 것이 나인지 알지 못했듯
그런 나 자신을 죽도록 패주고 싶을 만큼 밉다가도
가증스럽게도 이기주의와 배타심과 탐욕으로 차오르는
나를 다시 속이는 것이 지친다
다시 희열을 느낀다
거울 속의 나는 언제나 나를 감추고 위선적이다
늘 낯선 타인이다.
그게 가장 솔직한 걸까
여기까지가 일반론이라 해도
면벽으로라도 처음인 나를 볼 수 있을까
오체투지로 태초의 나를 깨달을 수 있을까
죽는 날까지 나는 진정한 나를 만날 수 있을까
간절히 원하다가 다시 의문이 고개를 흔들게 한다
그럴 필요는 무엇인가
켜켜이 쌓인 세월 속에서 블랙홀처럼 나를 흡수해버린 나
내가 가장 닮은 사람은 어쩌면 너였을까
그래서 사랑할 수 없음에도 사랑하고
때로 미워할 수 없음에도 미워하며
하나가 되기 위해 아니 둘이 되지 않기 위해
이토록 몸부림치고 아파하고 상처 입고
만신창이가 되었건만 다시 찾는 걸까
나보다 더 사랑한 너여
그런 너는 너인가 혹 또 다른 너인가
아니면 너 역시 제 3의 너이거나 페미소나
혹은 군상 혹은 안개 또는
이미 염색체조차 변형 된 인간이 되었다 해도
그건 이제 조금도 중요하지 않기에 오히려 더 소중할 수 있다
너의 그 입술이 촉촉하고 진실이 아니었다 해도
거짓이 아니었다면 아니 거짓이었다 해도
너와 내가 아직 뜨겁고 귀여운 짐승일 수 있다면
영원히 그렇게 속고 산다 해도 남은 날들은 달콤할 것이다
그렇기에
내일 전쟁이 난다 해도
나는 너를 만나러 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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