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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별 ♡ 시인방

아듀 COVID - 19

작성자김별|작성시간20.04.30|조회수269 목록 댓글 0
아듀 COVID -19 / 김별

우리가 지금껏 누렸거나 누리지 못한 행복이
돈의 노예가 되어서까지 이루었던 혹은
이루고자 했던 근사한 삶이 꿈이
설령 잔혹했다 해도
사실은
그 무엇보다도 값지고 아름다웠다는 걸
이제 절실히 깨닫게 되리

늘 누추하고 가난하고 고단해
벗어나고 싶어 발버둥 쳤던 혹은
발버둥조차 치지 못했던
힘겹고 지루한 일상들이
어쩌면 생에 가장 화려했던 순간으로
기억될 수도 있으리라는 것

그리고
행복과 불행
선과 악
사랑과 미움
거짓과 진실
삶과 죽음
이분법적으로 정의되었던 것들에
다시 어리석게도 매달리려 하겠지만
그것이 얼마나 순진한 위선이었나를 알기까지
더 이상 시비를 걸거나
시간을 허비할 필요가 없으리

그러나 우리는 다시
꽃구경을 가고
축배를 들고
함께 모여 함성을 지르겠지만

병실 밖의 삶과 병실 안의 삶이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

이긴 게 이긴 게 아니듯
끝난 게 끝난 게 아니라는 것

그렇지만
평화로운 해변에
쓰나미가 몰려올 때까지
거대한 지진이 불과 몇 분 전에 있었음을
다시 망각해서는 안되리

그리고 다시
예상치도 못한 어느 순간
상상 이상의 재앙이 몰려와
평화가 무너지고
죽음이 덮쳐 온다 해도

어찌 꿈을 접으랴
어찌 사랑을 외면하랴

이제 더
아름답고 소중한 모든 것을 위해
솔직해져야 하리
더 이상 진실을 외면하지 말아야 하리

패권을 내려놓고
더불어 살아가는
강강술래의 참삶을 실현해야 하리

태초부터 꿈꾸었던 인류의 가장 평범하고
단순한 가치로 돌아가야 하리

습기와 어둠을 먹고 곰팡이가 자라듯
거짓과 탐욕을 먹고
무서운 바이러스는 증식하는 것

이들을 퇴치하기 위해서는
탐욕과 위선으로 꽉 막힌
어둡고 비겁하고 썩은 곳곳에
투명한 햇살과
신선한 바람을 불어넣어야 하리

아듀
이루지 못한
순수와 정의의 시대여
폭압과 광기의 세기여

그러나
여기 절망 속에서도 쓰노라
멀고 험한 길을 돌아
그대가 연어처럼 돌아왔듯이

아무리 길고 추운 겨울이 닥친다 해도
어느 날 분명
그대 창가에
매화 향기 그윽하리라

*****

'CO'는 코로나(corona),
'VI' 바이러스(virus),
'D'는 질환(disease),
'19'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발병이
처음 보고된 2019년을 의미한다는
WHO의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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