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한 일로는 / 김별
하나부터 열까지
사는 일 아무것도 즐거울 것이 없어
웃을 일 하나 없는 하루
꽃을 기다리는 마음으로는
모두가 시들해
낯익고 정겨운 것들조차
자꾸만 어색하고 이래저래 불편해
세상 일은
슬픔도 행복도
시간이 쌓이고 세월이 가면
별 차이가 없는 것을
순간순간을 견디는 일은 힘겹고 고단해
그렇지만 사랑한 일로는
아무리 아파도
미워하지 마세요
세상에서 진짜 나쁘고 비겁한 것은
정말 욕하고 미워해야 할 것은
그것이 아니란 걸
우린 이미 다 알고 있으니까요
마음을 몰라주어
야속하다 해도
설령 가슴을 후벼 파듯 아팠다 해도
사랑한 일은 미워할 수 있는 게 아니랍니다
어떤 사랑도 잘못은 아니랍니다.
그러하니
잠시 참았다
돌아서서 눈물 닦고 폭풍처럼 달려가
와락 안아 줄 수 없다 해도
열 번 백 번
다시 가슴을 친다 해도
사랑한 일로는 미워하지 마세요.
설령 잘못이 있다면
야속하다 생각한 그 마음일 뿐
사랑은 무엇으로도 대신할 수 없는
생에 가장 빛나고 소중한 순간이었음을
슬픔조차 알알이 꿰어야 할 진주알이었음을
같이 한 순간순간이
꽃이 피는 순간보다 더 극적인
아름다움의 절정이었음을
세월이 가면 다 알게 되니까요
다만 오늘 더 사랑해주지 못함이
미안한 일이랍니다.
지치도록 견딘 세월
오늘도 어디 쉴 곳조차 없어
낯선 거리를 떠돌다
이마를 부딪쳐 상처가 났다 해도
거울 속에 지어 보는 어색한 웃음으로
쓸쓸한 마음을 감출 수 있다면
얼마나 장하고 다행인가요
때로 그것마저
견딜 수 없다 해도
사랑한 일로는 아파하지 마세요.
아파도 미워하지 마세요.
세상에 미워할 수 있는 사랑은
존재하지 않는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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