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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별 ♡ 시인방

머슴방 풍월

작성자김별|작성시간23.06.18|조회수71 목록 댓글 1

머슴방 풍월 / 김별

 

비 오는 날 위동어른 머슴방에서 

낫 놓고 ㄱ자도 모르는 

돌쇠 칠성이 떡보 놈이

야학당 돌담 너머로 들은풍월로

자음 모음을 엮어 합창하며 새끼를 꼰다.

가갸 거겨... 가갸 거겨 

고교 구규... 고교 구규 

 

어느 틈에 무논의 개구리들도 

신이 나서 따라 한다.

아야 어여... 아야 어여

오요 우유... 오요 우유

 

왁자한 소리는 신명을 더해

각설이패라도 온 듯

풍물이라도 먹는 듯 

귀까지 먹먹해 

허허

구수하고 칼칼한 토장국 맛이다

버들가지에 줄줄이 꿰어 잡은 

수박향 그윽한 은어 맛이다

 

어느덧 윗목에는 새끼 다발이 쌓이고

달각달각 고드래 돌소리에

한 장 한 장 가마니도 쌓여 가는데

올봄도 냉가슴으로 보낸

떡보 놈은 언제

물레방앗간 순례에게 편지 한 장 쓸라나

 

비는 그쳐 동솟재 너머로 무지개 섰건만

시렁에 매단 매주처럼 해는 꼼짝도 안 하고

개다리소반에 도토리묵 안주로 내온 

텁텁한 탁배기 한 사발에 

햇볕에 탄 얼굴들이

뒤울안 이른 홍시 빛이다. 껄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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