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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별 ♡ 시인방

저녁 숲에 앉아

작성자김별|작성시간14.04.08|조회수235 목록 댓글 37

저녁 숲에 앉아 / 김별

 

저녁 숲에 앉아

영원에서 순간을 본다

순간에서 영원을 본다

밤하늘 가득 뿌려지는 별처럼

이제 세상은 불씨를 뿌릴 시간이다

 

사람들은 고단한 노동을 접고

차를 끓이고 사랑의 씨를 뿌릴 것이다

별들은 어두워질수록 선명히 드러나듯이

어둠은 빛이 감추었던 광대한 세계를

소리와 마음으로 열어 보여 주리라

지난 세월과 오늘과 남은 날들

그대와 나

저 먼 우주의 진실과 비밀까지를...

 

저녁 숲에서

한 그루 나무가 남겨 놓은

작은 그루터기에 앉아 보면 오늘이 족한 것을

나 가난한 사람으로

불필요하게 넓은 자리를 차지하고 살았다

꿈을 접고 자유인으로 살았건만

이미 너무 많이 길들여져 있었다

벌레나 새들은 같은 소리로 평생을 살아도 아름답거늘

화려한 말과 거침없는 행보로도

허명은 이렇듯 초라했구나

 

어둠이 깊을수록

좋은 차를 마신 뒤끝처럼 정신은 깨끗이 맑아오는데

댓잎을 어루만지며

축축이 어깨를 적시는 서늘한 손길

어느새 어둠과 나와 세상의 경계는 없다

다만 알 수 없는 얼굴로

형체도 없이 겹겹이 밀려오던

슬픔도 그리움도 평화도

의식 저편으로 서서히 빨려 들어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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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정빈 | 작성시간 14.04.11 넘쳐 나는 물질문명속에 잠시 내려놓음의 홀가분함을 알것도 같습니다
    좋은 시 잘 감상하고 갑니다
    자주 들려 볼 생각입니다
  • 답댓글 작성자김별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14.04.11 정빈님 반갑습니다. 내려놓음의 미학을 말씀하셨네요. 그 홀가분함은 느껴본 사람만이 알겠지요.
    많이 내려놓을수록 더 큰 충만함으로 채울 수 있다는 거.
    방문 감사드리고 오늘도 보람있는 하루 이어가시기를 기원드립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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