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들의 무력시위 / 김별
업어 가도 모르게 곯아떨어진 밤
누군가 지친 잠을 자꾸만 흔들어 깨웠다
떠지지 않는 눈과 몽둥이로 얻어맞은 듯 쑤시고 아픈 몸을
겨우 일으켰는데
불이라도 난 듯 창밖이 훤하다
화들짝 놀라 창을 열어보니
화단에 선 나무들이
마른 가지마다 꽃을 피워 놓았다
밤이 늦도록 자작자작 비가 내렸는데
아직 춥다고 이불이나 돌돌 말았는데
다른 사람은 몰라도
시인이
사는 게 죽기보다 힘들겠지만
대통령은 몰라도 시인이
재벌은 몰라도 시인이
꽃이 피는 순간을 지켜주지 못하고 잠만 자느냐고
그래도 되느냐고
세상에 그런 법이 어디 있느냐고
아랫마을 농부님은 송아지 낳을 때도 밤새 잠 한숨 못 잔다는 데
강아지를 낳아도 날을 샌다는 데
정말 이럴 수 있느냐고
꽃들이 일제히 무력시위를 벌인 것이다
난 차라리 날 잡아먹으라고 죽이라고
화가 났지만
꽃들이 깨우지 않았다면
어쩌면 영영 깨어나지 못했을지 모른다
정말 그랬을지 모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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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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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댓글 작성자김별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작성시간 14.04.11 촌녀님 안녕하세요. 좋은말 아름다운 말 앞에서 다 했으니, 그것을 이미 님의 마음으로 읽은 것만으로도 감사해요. 이 좋은 정말 아름답고 멋진 분들이 많은 것 같아요.님도 그 중에 한 분이시고요.
시인으로서 직무유기 하지 마시고, 오늘 밤도 좋은 시 많이 쓰세요. 꼭이요.^^* -
작성자아기별꽃 작성시간 14.04.11 업어가도 못 일어날 곤하게
잠든 밤.
그렇게 피웠구나.
어제 낮에만 해도
안보이더니
그렇게 피어났구나
내 너를 보러
밤새 지켜 봐주진 못했지만
너에게로 다가간다.
보살핌 따윈 눈꼽만큼도
받지못한 너지만
이리도 눈부시구나.
너를 뭐라고 부르든
상관없다.
너는 너니까.
무엇으로 불리든지
그것따윈 너에게
중요치 않음을.
너는 그저
피어나기 위해
존재함을.
내 너를 보러
가련다.
밤을 뚫고...
별님~~꽃들에게
변명좀 해 보았네요~~^^
이젠 꽃들도 좀 이해 하겠지요~~? -
답댓글 작성자김별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작성시간 14.04.11 아기별꽃님의 변명이 참 아름다워요. 너무 아름다운 건 좀 슬프기도 한거지요.
너무 눈부시면 눈이 시리듯이 말이지요. 님의 가슴이 잠시 출렁이는 걸 느낀 것 같아요.
요즘은 머리뿐인 사람들이 많지요. 바늘로 찔러도 피 한 방울 안 나올 것처럼 냉정한 사람들, 그런 사람들이 출세하고 돈도 많이 버는 시대지만, 시인은 냉정한 머리보다는 감동할 수 있는 가슴, 그리고 아름다운 것들과 교감할 수 있는 영혼을 가져야 겠지요. 아기별꽃님과의 소통이 그리고 좋은 분들과의 대화가 그래서 중요하겠지요.^^* 고맙습니다. 아기별꽃님, 님이 있어 제가 아름다웠습니다.^^* 감사해요. 편안한 밤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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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댓글 작성자김별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작성시간 14.04.12 일송호님 밤이 깊어갑니다. 늘 수고로움이 크십니다. 누군가의 수고로움을 통해 세상의 밤이 안전하고, 험한 세상도 안전하게 살아갈 수 있을 겁니다. 묵묵히 기꺼이 수고로움을 기쁨으로 받아들이는 이가 있기에 세상은 늘 아름다운 것 같습니다. 님은 그런 분이십니다. 귀한 말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