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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별 ♡ 시인방

꽃들의 무력시위

작성자김별|작성시간14.04.11|조회수176 목록 댓글 25

꽃들의 무력시위 / 김별

업어 가도 모르게 곯아떨어진 밤

누군가 지친 잠을 자꾸만 흔들어 깨웠다

떠지지 않는 눈과 몽둥이로 얻어맞은 듯 쑤시고 아픈 몸을

겨우 일으켰는데

불이라도 난 듯 창밖이 훤하다

화들짝 놀라 창을 열어보니

화단에 선 나무들이

마른 가지마다 꽃을 피워 놓았다

밤이 늦도록 자작자작 비가 내렸는데

아직 춥다고 이불이나 돌돌 말았는데

다른 사람은 몰라도

시인이

사는 게 죽기보다 힘들겠지만

대통령은 몰라도 시인이

재벌은 몰라도 시인이

꽃이 피는 순간을 지켜주지 못하고 잠만 자느냐고

그래도 되느냐고

세상에 그런 법이 어디 있느냐고

아랫마을 농부님은 송아지 낳을 때도 밤새 잠 한숨 못 잔다는 데

강아지를 낳아도 날을 샌다는 데

정말 이럴 수 있느냐고

꽃들이 일제히 무력시위를 벌인 것이다

난 차라리 날 잡아먹으라고 죽이라고

화가 났지만

꽃들이 깨우지 않았다면

어쩌면 영영 깨어나지 못했을지 모른다

정말 그랬을지 모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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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답댓글 작성자김별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14.04.11 촌녀님 안녕하세요. 좋은말 아름다운 말 앞에서 다 했으니, 그것을 이미 님의 마음으로 읽은 것만으로도 감사해요. 이 좋은 정말 아름답고 멋진 분들이 많은 것 같아요.님도 그 중에 한 분이시고요.
    시인으로서 직무유기 하지 마시고, 오늘 밤도 좋은 시 많이 쓰세요. 꼭이요.^^*
  • 작성자아기별꽃 | 작성시간 14.04.11 업어가도 못 일어날 곤하게
    잠든 밤.
    그렇게 피웠구나.

    어제 낮에만 해도
    안보이더니
    그렇게 피어났구나

    내 너를 보러
    밤새 지켜 봐주진 못했지만
    너에게로 다가간다.

    보살핌 따윈 눈꼽만큼도
    받지못한 너지만
    이리도 눈부시구나.

    너를 뭐라고 부르든
    상관없다.
    너는 너니까.

    무엇으로 불리든지
    그것따윈 너에게
    중요치 않음을.

    너는 그저
    피어나기 위해
    존재함을.

    내 너를 보러
    가련다.
    밤을 뚫고...

    별님~~꽃들에게
    변명좀 해 보았네요~~^^
    이젠 꽃들도 좀 이해 하겠지요~~?
  • 답댓글 작성자김별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14.04.11 아기별꽃님의 변명이 참 아름다워요. 너무 아름다운 건 좀 슬프기도 한거지요.
    너무 눈부시면 눈이 시리듯이 말이지요. 님의 가슴이 잠시 출렁이는 걸 느낀 것 같아요.
    요즘은 머리뿐인 사람들이 많지요. 바늘로 찔러도 피 한 방울 안 나올 것처럼 냉정한 사람들, 그런 사람들이 출세하고 돈도 많이 버는 시대지만, 시인은 냉정한 머리보다는 감동할 수 있는 가슴, 그리고 아름다운 것들과 교감할 수 있는 영혼을 가져야 겠지요. 아기별꽃님과의 소통이 그리고 좋은 분들과의 대화가 그래서 중요하겠지요.^^* 고맙습니다. 아기별꽃님, 님이 있어 제가 아름다웠습니다.^^* 감사해요. 편안한 밤 되세요
  • 삭제된 댓글입니다.
  • 답댓글 작성자김별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14.04.12 일송호님 밤이 깊어갑니다. 늘 수고로움이 크십니다. 누군가의 수고로움을 통해 세상의 밤이 안전하고, 험한 세상도 안전하게 살아갈 수 있을 겁니다. 묵묵히 기꺼이 수고로움을 기쁨으로 받아들이는 이가 있기에 세상은 늘 아름다운 것 같습니다. 님은 그런 분이십니다. 귀한 말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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