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화꽃 / 김별
세상의 모든 꽃들이 다 떨어진 날에
초록이 꽃같이 아름다운 날에
하나 둘
저녁별이 돋아나듯이
어두운 바다에
등댓불이 밝혀지듯이
피지 말았어야 할 사연의
쓰디 쓴 향기를 품고
꽃잎마다
차마 삼킬 수 없는 이슬이 맺혀
세상 화려한 색깔 다 접고
살풀이, 그 영혼의 색깔로
한,
그 지워지지 않을 넋으로
피지 말았어야 할 날에
피지 말았어야 했던 꽃이여
보낼 수 없는 마음
떠날 수 없는 마음
잡을 수 없는 마음
놓을 수 없는 마음
땅도 울고
하늘도 울었건만
꽃 잎 한 장 한 장마다 새겨진 빛나는 눈빛이여
꽃 잎 한 장 한 장마다 새겨진 따듯한 가슴이여
굽이굽이 강물이 되고
어두운 하늘에 새가 되어도
억만 년을 풀어도
다는 못 풀
그 눈빛, 그 마음
뼈에 새긴들 이보다 아플까만
물 위에 쓴들 그 이름 지워질까만
돌에 새긴 사람이여
돌을 쪼아 새긴 얼굴이여
그 영원한 웃음이여
어느 이별인들 사랑보다 아름다울 수 있으랴만
숨을 쉬는 것, 살아있다는 것이 죄가 되는 날에
무슨 약속으로 이 손을 놓으랴
무슨 다짐으로 이 눈물을 닦을 수 있으랴
피지 말았어야 할 날에
피지 말았어야 했던 꽃이여
세상의 모든 원통 애통 절통 비통
고통 다 접어
꽃 같은 목숨을
꽃 같이 거두어 가지 못한 목숨이여
꽃 같은 목숨을
꽃이 같이 거두어 간 목숨이여
여기 통곡으로도 보내지 못 할 자리
천만 송이 꽃으로 피었나니
차마 하지 못할 말
죄가 되고 천벌이 될 말
사랑합니다
미안합니다
천만 번을 소리쳐도
부족한 말로
용서를 구하고
꽃 한 송이 바치며 피눈물을 삼킵니다
채 피우지도 못한 꿈
떨어지지 않을 발걸음
꽃잎처럼 거두시고
이제 편히 쉬소서
님들은 보내지 못한 가슴에
영원히 남아
이 땅에 진정 눈부시고 향기로운 꽃으로
다시 피어날 것입니다
피어나,
이 땅에 선과 정의의 혼이 될 것입니다.
사랑과 행복과 새롭게 만들어 가야 할
새 시대의 희망에 영령이 될 것입니다
이제 편히 잠드소서
이제 고이 잠드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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