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비 내리던 날에
다감 이정애
전국적으로 비가 온다는 예보지만
팔영산 봉우리를 오르고 파
이른 시간부터 산행 준비로 분주하다
입구에 도착하니 마음은 두 갈래
단거리를 타 볼까
장거리를 타 볼까
몇 년 만에 오르는 산행길이라
망설임이 앞선다
천천히 올라가자는 말에
장거리 코스로 합류하여 오르는 길에
단거리 코스에 있는 아우님이
아직 몸이 성치 않은 나를
걱정되어 한참 찾았다는
전화 소리에 미안한 마음을 전하고
조금 오르다 보니 힘겨워
내려갈까 올라갈까 두 마음속에
간다는 소식도 전하지 않았건만
어느새 진달래꽃과 생강나무꽃이 반긴다
오랜만에 타는 산행이지만
예전에 탔던 기억을 몸은 인식하고 있는지
급경사 봉우리를 조심조심 오르지만
수술했던 손이 떼를 쓰려하고
때가 때인 만큼 얼러주지도 못한다
천둥 번개 속을 헤쳐 온 봉우리 모습은
발레 춤 공연을 선사한 구름과
희뿌옇게 연출한 안개는 그리움을 품는다
천둥 번개로 쌤통 부리며
우두둑 떨어지는 단비는 산행을 단축하고
비를 피하여 옹기종기 둘러앉아
맛있는 뷔페식 점심과 따끈한 커피 한잔
휴게소 한쪽에서 즉석에서 버무린
새콤달콤하고 맛깔스러운 오징어초무침은
산행의 추억으로 두고두고 생각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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