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발 신세 / 다감 이정애
폴짝폴짝하던 두발
세상에 욕심 날것이 없어
주인은 힘들건 말건 아랑곳없이
세 발이 되었다 네발이 되었다
제 마음대로 노닐더니
두 다리를 옆에 놓고
불편했나 다리를 쭉 뻗고 앉는다
우리 몸에 소중하지 않은
신체가 어디 있을까 마는
자신이 불편을 겪고 있는 그곳이
제일 소중하게 느껴지는 건
나의 이기심이라 해도 어쩔 수 없지
두 번째 혈관과 소통하는 날
미모의 선생님이 상냥하게
얼음찜질하라고 하신다
며칠 동안 아무 말이 없어
말 잘 듣는 아이는 그냥 있었는데
무릎은 시원한지 좋다고 방실댄다
언제쯤 두발로 되돌아갈지 말도 없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