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얀 놈의 심술
다감 이정애
꼬불꼬불 꼬부랑길을
신나게 달리던 버스가
간밤에 부부싸움을 했나보다
이리 돌고 저리 돌고 바삐 움직이니
눈동자는 즐겁다며 웃는 것도 잠시
뒤흔들린 머리는 홀로서기 힘들다고
고개를 축 늘어뜨리며
냄새 난 줄도 모르는지
부끄러움도 모른 채
이방인 어깨에
고개를 뉘고 눈을 감는다
고얀 놈
멀리까지 갔으니
다독여주고 안아주면 좋으련만
이천 미터가 지나니
걷잡을 수 없이 또 심술을 부린다
몇 년 전에 부렸던 심술쟁이가
길도 잊지 않고 잘도 찾아온다
두려움이 앞서지만
심술보 네가 이기나
내가 이기나 다시 또 싸워 봐야겠다
더 늦기 전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