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적도 없건만
다감 이정애
폭우 피해가 있다는데
가뭄에 목마름을 호소하던 이곳에
밤새 후드득 한바탕 요란을 떤다
아침에 나가보니 나무 밑은
빗방울의 흔적 하나 없고
주차된 차 밑에도 조용하다
언제쯤 비가 내릴는지 연일 푹푹 삶아 대고
그것도 비라고 길옆에 보이는
고구마밭에 아이들은 활짝 웃으며
잘 먹었다는 듯이 배 두드리며
이리 뒹굴 저리 뒹굴 땅따먹기하고 있다
이슬비라도 비가 내려야
농작물이 웃는다고 말씀하시던
우리 엄마가 생각난다
어느새 고구마밭 언저리에는
엄마가 내려앉아
행복을 손에 꼭 쥐여 주며
환하게 웃음 지며 손 흔들고 계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