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작 앙헬 페레스 데 사베드라의 희곡 <돈 알바로 또는 운명의 힘>
대본 피란체스코 마리아 피아베(초연판) / 안토니오 기슬란초니(개정판)
초연 1862년 페테르부르크 황실 극장(초연판) / 1869년 밀라노 라 스칼라 극장(개정판)
배경 18세기 중엽 스페인 세비야와 이탈리아(밀라노 개정판에 의함)
<2011 파르마 테아트로 레조 공연 / 178분 / 한글자막>
파르마 레조 극장 오케스트라 & 합창단 연주 / 잔루이지 젤메티 지휘 / 스테파노 포다 연출
돈 알바로............................식민지 잉카제국 왕족의 후예.......................아퀼레스 마차도(테너)
돈 카를로 디 바르가스...........칼라트라바 후작의 장남..............................블라디미르 스토야노프(바리톤)
돈나 레오노라 디 바르가스.....칼라트라바 후작의 딸. 돈 카를로의 여동생.....디미트라 테오도슈(소프라노)
칼라트라바 후작...................스페인의 귀족...........................................지얀 아프테(베이스)
프레치오실라.......................집시 여인.................................................마리아나 펜체바(메조소프라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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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로덕션 노트 ===
헤어 나올 수 없는 운명의 무거운 멍에를 그린 베르디의 중기 걸작
<운명의 힘>은 베르디의 중기를 대표하는 걸작의 하나다. 러시아 황실의 위촉으로 1862년에 완성한 이 오페라는 베르디의 모든 오페라들 중에서도 가장 무겁고도 어두운 분위기가 지배하는 작품으로 손꼽힌다. 잉카 제국의 후손인 돈 알바로와 스페인 유력 귀족의 딸인 레오노라 사이의 은밀한 사랑은 예상치 못한 큰 비극을 낳고, 레오노라의 오빠인 돈 카를로는 복수의 일념으로 두 사람의 뒤를 쫓는다. 제목에서 직감할 수 있듯이 세 주인공은 벗어날 수 없는 운명의 손아귀 속에서 끊임없이 갈등하다가 결국 비극적인 파국을 맞이하고 만다. 본 공연은 2011년 2월 파르마의 테아트로 레조에서 있었던 실황이다. 이탈리아의 젊은 세대 연출가들 중에서도 선두주자로 꼽히는 스테파노 포다의 장엄하고도 상징적인 무대는 작품 전체를 지배하는 운명의 무거운 힘을 시각적으로 훌륭하게 드러내고 있으며, 디미트라 테오도슈(레오노라), 아퀼레스 마차도(돈 알바로), 블라디미르 스토야노프(돈 카를로)로 이어지는 중량급 성악가들이 각자의 명성에 걸맞은 활약을 보여준다.
<운명의 힘>은 베르디가 러시아 황실의 위촉에 응하여 완성한 작품이다. 스페인 작가 앙헬 페레스 데 사베드라의 희곡 '돈 알바로 또는 운명의 힘 Don Alvaro o la fuerza del sino'을 토대로 프란체스코 마리아 피아베가 완성한 리브레토에 곡을 붙였다. 오페라의 초연은 1862년 11월 22일 상트 페테르부르크의 황실 극장에서 이뤄졌는데, 베르디는 직접 상트 페테르부르크까지 가서 이 작품의 초연무대를 감독하였다. 이 작품은 초연 이후 약간의 수정이 가해진 다음 마드리드(1863년), 뉴욕과 빈(1865년), 부에노스 아이레스(1866년), 런던(1867년) 등지에서 차례로 공연되었다. 하지만 이 작품은 1869년의 대대적인 개정 작업을 거친 뒤에서야 지금과 같은 인기작의 반열에 올라설 수 있었다. 출판업자 리코르디의 권유로 이루어진 개정판은 1869년 2월 27일 밀라노 라 스칼라의 무대에 올렸다. 초판과 개정판 사이의 중요한 차이는 다음과 같다. 먼저 대본가 안토니오 기슬란초니가 리브레토의 일부를 변경하였다. 3막 2장의 결투장면과 4막 피날레가 바뀌었다. 초판의 마지막은 돈 알바로도 절벽에서 투신하면서 세 주인공이 모두 죽음을 맞지만, 개정판에서는 수도원장, 레오노라, 알바로가 3중창 이후에 돈 알바로가 살아남게 된다. 서곡 또한 바뀌었다. 초판의 간결한 서곡 대신 신포니아라는 타이틀에 걸맞은 장대한 규모의 당당한 서곡이 개정판에 삽입되었다.
=== 줄거리 === (1998년 페테르부르크 공연 영상물 내지 해설 / 초판 버전)
(제1막) 스페인 칼라트라바 후작의 딸 레오노라의 방
칼라트라바 후작의 딸인 레오노라는 돈 알바로와 서로 사랑하고 있으나, 그가 잉카 제국의 피를 받은 식민지 사람이라는 이유로 후작은 둘의 결혼을 반대하고 있다. 그리하여 두 연인은 도망가기로 했고, 오늘이 그날이다. 후작이 방으로 들어와 레오노라에게 저녁인사를 하고 나가자, 도망갈 준비를 끝낸 레오노라는 아버지 후작을 생각하니 가슴이 찢어지는 것 같다.
연인 돈 알바로가 발코니를 통해 나타나 도망가서 결혼식 올릴 준비마저 다 마쳤으니 어서 가자고 재촉하지만, 아버지 때문에 주저하는 레오노라와 알바로가 다투는 동안 눈치를 챈 후작이 칼을 들고 들어온다. 알바로는 후작과 싸울 의사가 없음을 보여주기 위해 권총을 바닥에 던지는데, 그 충격으로 권총이 발사되면서 그 총탄에 후작이 맞는다(운명의 총). 이 오발사고로 후작은 죽고 놀란 두 사람은 도망친다.
(제2막) 마을의 여관 주막
정신없이 도망치던 두 연인은 서로 잃어버려 헤어지게 되고, 칼라트라바 후작의 아들 돈 카를로는 학생으로 변장하고 여동생 레오노라와 아버지를 죽인 원수 알바로를 찾아다닌다. 남장을 한 채 혼자 떠돌아 다니던 레오노라와 오빠 카를로는 마을의 여관앞 광장에서 마주치게 되고, 남장한 레오노라가 여동생이 아닌가 싶어 카를로는 여관 주막에서 여러 사람에게 그에 대해 이것저것 캐묻는 동안, 오빠를 알아본 레오노라는 얼른 몸을 숨겨 거기를 빠져나온다.
바위산에 있는 수도원.
자신의 신세를 한탄하며 모든 걸 포기하고 수도원을 찾은 레오노라. 수도원장을 만나 수녀원으로 가면 오빠가 찾아낼 것이기 때문에 수도원에서 받아준다면 평생 세상을 등지고 기도하면서 살겠노라고 간청하고 그녀의 결심을 확인한 수도원장은 그녀를 받아들이기로 하여 모든 신부들, 수도사들이 모여 있는 가운데 남자 수사복을 입은 레오노라의 수도원 귀의식을 거쳐 산속의 동굴에서 수행할 수 있도록 한다.
(제3막) 이탈리아 전선
후작의 집에서 도망치다가 레오노라를 놓쳐 서로 헤어지고 만 알바로는 이름과 신분을 숨기고 군에 입대하여 장교로서 전쟁터에서 큰 활약을 하며 지내고 있다. 죽은 줄로만 알고 있는 레오노라를 그리던 어느 밤, 군인들의 도박판 싸움에서 알바로는 위기에 처한 한 장교를 구해주는데 그 장교는 알바로처럼 이름과 신분을 숨기고 입대한 레오노라의 오빠 카를로였다. 다시 전투가 시작되어 두 사람은 총격전에 뛰어드는데 알바로가 중상을 입게 된다. 수술을 앞두고 행여 자신이 죽거든 그대로 태워달라며 카를로에게 작은 상자를 건내주는 알바로...알바로가 수술을 받는 동안 상자 안에서 레오노라의 초상을 발견하는 카를로. 다행히 수술은 잘 끝나고 시간이 흘러 알바로가 회복되자 카를로는 아버지의 원수를 갚기 위해 자신의 신분을 밝히며 알바로에게 결투를 신청한다. 레오노라가 죽지 않고 살아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알바로는 결투를 피하려 하지만 카를로의 공격에 결국 결투에 임하게 되고 알바로의 칼에 찔려 쓰러진 카를로를 보며 자신의 몹쓸 운명을 한탄하는 알바로는 결국 속세를 떠나 귀의하게 된다.
(제4막) 수도원의 앞마당, 바위산의 동굴앞
속세를 떠나 귀의한 알바로는 하필이면 레오노라가 고행중인 수도원의 신부가 되어 있다. 라파엘이라는 이름으로. 5년간 알바로를 찾아 헤맨 카를로가 마침내 수도원에 나타나 라파엘 신부, 즉 알바로에게 결투를 신청한다. 거역할 수 없는 운명의 힘을 느낀 알바로는 마침내 결투에 응하게 되고 다시 한번 카를로를 찌르고 만다. 죽어가는 카를로의 마지막 고해성사를 위해 근처 동굴에서 고행중인 수도승을 찾는 알바로...고해성사를 위해 동굴 밖으로 나온 이는 다름아닌 그토록 애타게 그리워하던 레오노라. 극적인 재회도 잠시 칼에 찔려 죽어가는 이가 오빠 카를로란 걸 알고 달려간 레오노라를, 카를로는 죽기 전 마지막 힘을 모아 칼로 찌른다. 카를로에 이어 레오노라마저 하늘나라에 먼저 가 있을 테니 그곳에서 다시 만나자는 말을 남기고 숨을 거둔다. 모진 운명의 수레바퀴를 결국 피하지 못한 알바로 마저 세상을 저주하며 절벽에서 뛰어내리는 것으로 막이 내린다.
=== 작품 해설 === <2011년 8월 29일자 발행 네이버캐스트 / 이용숙 글>
운명의 힘
스페인 작가 데 사베드라의 희곡 <돈 알바로 또는 운명의 힘>을 토대로 한 오페라
1862년 상트 페테르부르크에서 초연
주세페 베르디(Giuseppe Verdi, 1813-1901)의 거의 모든 오페라는 운명의 힘에 휘둘리는 등장인물들의 기막힌 비극을 그려냅니다. 그 중에서도 특히 [운명의 힘]이라는 제목을 붙인 이 작품은 운명으로 얽힌 젊은 주역 세 사람이 모두 파멸하는 가장 처절한 비극입니다. 스페인 작가 앙헬 페레스 데 사베드라의 희곡 [돈 알바로 또는 운명의 힘]을 토대로 한 이 오페라는 러시아 궁정의 의뢰로 1862년 상트 페테르부르크 황실극장에서 초연되었습니다. 작곡시기로 보면 [시몬 보카네그라], [가면 무도회], [돈 카를로]와 함께 분류됩니다. 가장 인기 있는 베르디 오페라 [리골레토]나 [라 트라비아타]에 비해 관현악이 훨씬 깊어지고 발전한 시기의 작품이죠.
이 오페라는 어떤 장면보다도 서곡이 유명합니다. 금관악기가 운명의 타격을 표현하는 듯한 장중한 음으로 곡을 열면, 현악기들이 휘몰아치는 운명의 소용돌이를 그려내고, 뒤이어 목관악기가 남자주인공 돈 알바로의 구슬픈 테마를 연주합니다. 그에 이어지는 현악기의 트레몰로는 여주인공 레오노라의 간절한 기도와 비극적 운명을 나타냅니다. 후반부로 가면서 곡은 점점 박진감이 넘치고 팀파니와 심벌즈 등의 타악기까지 가세해 밝고 힘찬 분위기로 전진해가지만, 결국 이 모든 역동성과 파워는 인간을 파멸로 이끄는 운명의 힘의 승리를 말해줍니다.
운명의 첫 번째 일격 : 사고에 의한 살인
1막. 스페인의 대 귀족 칼라트라바 후작의 딸 레오노라는 잉카 제국 왕가 혈통인 돈 알바로와 사랑하는 사이입니다. 후작이 두 사람의 결혼을 극구 반대하자 레오노라와 알바로는 도망가서 결혼하기로 작정합니다. 그러나 알바로의 권총이 격발되는 사고로, 후작은 총을 맞고 죽어가며 딸을 저주합니다. 알바로와 레오노라의 사랑의 이중창을 통해 오페라에 흔치 않은 드라마틱 소프라노와 드라마틱 테너의 팽팽한 대결을 체험할 수 있는 장면입니다.
2막. 레오노라의 오빠 돈 카를로는 아버지인 후작의 원수를 갚으려고 변장을 한 채 동생 레오노라와 알바로를 찾으러 다닙니다. 집시 여인 프레치오실라가 여관 손님들 앞에서 참전(이탈리아와 스페인이 오스트리아에 맞서 싸운 전쟁)을 독려하는 노래 ‘북소리에 맞춰'를 노래하는데, 카를로는 남장한 동생을 여관에서 발견하고 혹시 레오노라가 아닌가 의심하죠. 여관에 묵는 사람들이 신분을 물으니 카를로는 가짜 이름을 대며, 마치 친구의 집안에서 일어난 일인 것인 양 꾸며 자기 집안의 사건을 이야기합니다.
2막 2장에서는 교회음악의 장중함도 맛볼 수 있습니다. 레오노라는 자기 집안을 잘 아는 과르디아노 원장신부를 찾아 바위산 속 수도원으로 갑니다. 수녀원에 가면 오빠 카를로가 금방 찾아낼 것 같아서죠. 수도원장은 그녀의 신분과 가족사를 알면서도 수도원 입회를 허락하고, 레오노라는 남자 수도복을 입고 입회예식에 참례합니다. 수도원장은 ‘이 수도자는 바위 동굴에서 혼자 수행을 할 것이니 접근 말라’고 다른 수도자들에게 일러둡니다. 레오노라가 부르는 아리아 ‘자애로운 성모 마리아여’와 라틴어로 부르는 수도자들의 합창이 어우러지면서 경건한 종교적 분위기를 자아냅니다. 목숨처럼 사랑하던 사람과 생이별한 채 수도의 길에 들어선 여주인공의 고통과 상처가 관객을 전율하게 하는 음악입니다.
운명의 두 번째 일격 : 외나무다리에서 원수를 만나다
3막입니다. 이탈리아 전선에 와서 싸우고 있는 알바로는 자기를 떠난 레오노라가 틀림없이 죽었다고 믿고, 그녀를 그리워하며 자신의 기구한 운명과 암담한 미래를 탄식합니다('오, 천사들과 함께 있는 그대여'). 오로지 죽음을 갈망하며 몸을 내던져 싸운 그는 어느 새 전쟁터의 영웅이 되었습니다. 알바로는 과거를 회상합니다. 자신의 아버지는 스페인 정복자들의 손에서 민족을 해방시키려고 잉카의 마지막 왕족과 결혼했지만, 감옥에서 알바로가 태어난 뒤 아내와 더불어 처형되었습니다.
휴식시간에 병사들이 도박을 하다 싸우고, 알바로는 거기서 위기에 처한 장교를 구해줍니다. 그가 바로 레오노라의 오빠인 카를로지만, 알바로와 카를로는 상대방이 누구인가를 모르는 채로 영원한 우정을 맹세합니다. 곧 다시 전투에 나간 알바로는 중상을 입고 돌아오는데요, 카를로는 알바로가 맡긴 편지상자에 기묘한 예감을 느껴 그가 수술 받는 동안 상자를 열어봅니다(‘이 안에 내 운명이'). 그 안에서 자기 여동생 레오노라의 초상화를 발견하고 알바로의 정체를 확인한 카를로는 곧 알바로에게 결투를 신청합니다. 그러나 결투는 이루어지지 않고, 삶에 깊은 회의를 느낀 알바로는 군복을 벗고 수도원에 들어갑니다. 한편 스페인에서 이탈리아 전선으로 온 집시 프레치오실라는 이곳에서 다시 전쟁터에서 싸우는 군인들을 독려하는 ‘라타플란(Rataplan)’을 노래하며 극의 분위기를 띄웁니다. 이런 방식으로 베르디는 19세기 시민사회에서 ‘전쟁과 교회의 역할’, ‘기도와 세속적 소음의 대비’ 등의 주제들을 짚어내고 있습니다.
운명의 세 번째 일격 : 추적과 재회 그리고 결투
5년이 지났습니다. 4막입니다. 알바로는 이제 수도원에서 ‘라파엘 수사’로 불리고 있습니다. 끈질기게 알바로를 추적하던 카를로는 마침내 그를 찾아내 결투를 청합니다. 그러나 5년 간 수행을 하며 분노와 회한을 정리한 알바로는 서곡에 등장하는 알바로의 테마가 구체화되는 "어떤 위협도 욕설도 바람에 날려가리라"며 결투를 피합니다. 그러나 따귀를 때리며 모욕하자 결국 알바로도 칼을 빼들며, 둘은 결투를 하러 바위동굴 앞으로 갑니다.
오발된 권총의 적중, 주인공들이 끊임없이 마주치게 되는 우연의 연속 등의 설정 때문에 많은 평론가들이 이 작품에서 ‘인물과 사건의 비현실성’을 지적했습니다. 그러나 베르디는 이 전체의 내용을 현실 그 자체가 아닌 ‘현실의 메타포’로 간주했습니다.
레오노라는 그동안 바위동굴 안에서 빵과 물만 먹으며 명상과 기도로 세월을 보냈습니다. 다른 수사들이 동굴 앞에 갖다놓은 빵을 가지러 나온 그녀는 자신의 운명을 탄식하는 아리아 '주님, 제게 평화를 주소서'를 노래합니다. 아무리 수행을 해도 알바로를 그리워하는 마음을 지울 수 없고, 이처럼 비참한 신세로 살아가는 것이 한스럽다는 내용입니다. 레오노라는 어서 죽음이 찾아와 평화를 얻을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한편 결투에서 알바로에게 찔린 카를로는 죽어가면서 종부성사를 간청하고, 알바로는 동굴 안에 사는 수사에게 다급하게 도움을 청합니다. 레오노라는 알바로와 죽어가는 오빠 카를로를 함께 발견하고는 소스라치게 놀라지요. 레오노라를 알아본 카를로는 마지막 힘을 다해 저주를 퍼부으며 여동생을 칼로 찌릅니다. 이때 수도원장 과르디아노 신부가 달려옵니다. 레오노라는 오빠를 용서하고 알바로에게 하늘나라에서 다시 만나자고 약속한 뒤 세상을 떠납니다. 과르디아노 신부는 ‘저주하지 말고, 주님 앞에 겸허하게' 라고 노래하며, 세상을 떠나는 영혼을 위로합니다.
현재 일반적으로 공연되는 이 내용의 판본은 베르디가 러시아 상트 페테르부르크 초연(1862년) 후 이탈리아 라 스칼라 극장 공연(1869년)을 위해 결말을 수정한 판본입니다. 상트 페테르부르크에서 오페라 작곡 의뢰를 받은 베르디는 이탈리아 가톨릭 교회의 종교적 검열과 이탈리아를 지배하던 오스트리아 당국의 정치적 검열을 벗어나 처음으로 아주 자유롭게, 원작 희곡에 충실한 오페라를 작곡할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베르디는 운명의 ‘악의적인 타격’을 보여주기 위해 젊은 주인공 세 명에게 처절한 죽음을 안겼습니다. 돈 알바로는 레오노라가 죽은 뒤 수도원장과 수사들을 비웃으며 절벽에서 투신자살합니다. 그러나 이탈리아에서는 그런 자유가 허락되지 않았기 때문에, 베르디는 하느님의 자비와 용서를 구하는 내용으로 개정판을 마무리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추천 음반 및 영상물 (레오노라-알바로-카를로 순)
[음반] 레온타인 프라이스, 플라시도 도밍고, 셰릴 밀른스 등, 제임스 레바인 지휘, 런던 심포니 오케스트라 및 존 올디스 합창단, 1976년 녹음, BMG
[음반] 마리아 칼라스, 리처드 터커, 카를로 탈리아부에 등, 툴리오 세라핀 지휘, 라 스칼라 극장 오케스트라 및 합창단, 1954년 녹음, EMI
[DVD] 비올레타 우르마나, 마르첼로 조르다니, 카를로 구엘피 등, 주빈 메타 지휘, 피렌체 5월음악제 오케스트라 및 합창단, 니콜라스 조엘 연출, 2007년 피렌체 시립극장 실황, TDK
[DVD] 갈리나 고르차코바, 게감 그리고리안, 니콜라이 푸틸린 등, 발레리 게르기예프 지휘, 상트페테르부르크 키로프 극장 오케스트라 및 합창단, 엘리야 모신스키 연출, 1998년 마린스키 극장 실황, 스펙트럼(한글자막)
[네이버 지식백과] 베르디, 운명의 힘 [Verdi, La forza del destino] (클래식 명곡 명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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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품 해설 === <2011년 1월 19일 네이버캐스트 / 고 안동림 교수 글>
내 마음의 아리아
평화, 평화를, 나의 하느님
베르디 <운명의 힘>
베르디가 러시아 상크트 뻬쩨르브르크(상트페테르부르크, Saint Petersburg)의 마린스키극장으로부터 의뢰를 받아 쓴 후 49세가 되는 해에 성공적으로 초연했으나, 그 자신은 너무 음산(陰散)하고 막이 끝나는 부분 등에 불만이 있어 7년 후에 스칼라 극장에서 공연하려고 초판의 전주곡을 지금의 유명한 것으로 바꾸고 또 제2막 이후도 개정을 했다. 이 개정으로 음악극으로서 한층 다채롭고 명암(明暗)의 대조가 뚜렷하여 듣고 있으면 가슴이 두근거리는 걸작이 되었지만, 본래 우연한 부분이 많은 잡다한 대본 때문에 연극으로서의 약점이 오히려 조장된 점이 있다. 그래서 부분적으로 초판으로 돌아가거나 또는 초연 극장에서는 초연을 복원(復元)하는 시도도 있었다. 여기 언급한 것은 개정판대로의 연주이다. 오페라는 전 4막이며 데 사아베드라(Angel de Saavedra)의 1835년 판 희곡을 피아베(Francesco Maria Piave)가 대본으로 썼다.
"죽음만이 나를 편안케 해줄 것입니다"
스페인 명문 귀족의 딸 레오노라와 잉카 제국의 왕족 피를 이어받은 돈 알바로가 함께 탈출한 날 밤, 권총이 폭발하여 레오노라의 아버지인 후작이 그 희생이 된 사건으로 이 비극의 주역들이 유랑(流浪)의 길을 떠난다. 아버지의 원수를 갚기 위해 이 두 사람을 뒤쫓는 레오노라의 오빠 돈 카를로가 또 한 사람의 주역이 된다. 유랑 끝에 수도원에 들어간 알바로는 카를로에게 거처가 탐지(探知)되어 결투를 강요당하고 하는 수 없이 카를로를 찔러 죽인다. 그 후 카를로의 마지막 고백을 들고 임종의 자리를 지켜달라고 문을 두들긴 산속 바위굴에서 레오노라가 나와 다시 만난 기쁨을 누리기도 전에 레오노라는 오빠 곁으로 달려가나 죽어가는 오빠에게 찔려 죽는다.
'평화, 평화를, 나의 하느님'
평화, 평화를, 나의 하느님! 가혹한 불운에
억눌려 괴로워하고 쇠약해져서,
첫날과 같이 오랜 세월이 흘러도
내 괴로움은 격렬(激烈)한 채 계속되고 있습니다.
사랑한 건 사실입니다. 그 남자다움, 그 용기,
그토록 신의 은혜를 받은 사람인 걸요.
여전히 그를 사랑하고, 그 모습은
마음에서 씻어 버릴 수 없습니다.
숙명, 숙명, 숙명입니다!
한 가지 죄로 이 세상에서 헤어진다 해도
알바로여, 당신을 사랑하는 건 하늘도 알고 계신데
그 당신을 두 번 다시 만나지 못하다니!
오 하느님, 하느님, 나를 죽여주십시오.
죽음만이 나를 편안케 해 줄 것입니다.
여기서 이 나는 평화를 바랬지만 헛되었고,
오로지 고뇌뿐이었습니다.
빈약한 빵이 이 위로받지 못하는 목숨을
이어주려고 날라다 준다... 누가 왔나?
감히 이 성스러운 곳을 더럽히려는 자는
저주, 저주, 저주를 받으라!
레오노라가 고뇌보다도 죽음을 바라는, 리리코 스핀토 소프리노 최고의 유명한 노래이다. 아리아의 마지막 부분에서 레오노라가 “감히 이 성스러운 곳을 더럽히려는 자를 저주”하지만 그 사람들은 단념할 수가 없었던 연인 알바로와 피를 나눈 오빠 카를로였다. 그리고 치명상을 입은 카를로의 검에 찔려 레오노라도 목숨을 잃는다. “죽음만이 나를 편안케 해줄 것입니다” 라는 소원은 연인을 다시 만나는 순간 뜻을 이룬 것이다. '평화'(pace), '숙명'(fatalità), '저주'(maledizione)'라는 말이 노래 속에 두세 번 되풀이 된다.
추천 CD 및 DVD
[CD] 세라휜 지휘, 밀라노 스칼라 극장 관현악단/합창단(1954) 마리아 칼라스(S) EMI
세라휜(세라핀, Tulio Serafin)은 어느 누구도 따를 수 없는 능숙한 솜씨로 이 오페라의 다채로움과 극적 통일을 표현한다. 관현악의 절묘한 용법, 음악이 내뿜는 긴장감과 효과의 교묘함, 웅장한 스케일, 스칼라 극장 관현악단의 풍성한 음향 등 세라휜이 남긴 오페라 녹음 중 최고의 하나로 꼽힌다. 다만 칼라스 이외의 출연진이 각기 인물과 성격 표현이라는 점에서 들쭉날쭉하여 몰리나리-프라델리 지휘 반 같이 한 치의 빈틈도 없이 6명의 주역이 팽팽하게 앙상블을 펼치는 가슴 벅찬 감동은 없다. 프리마돈나 오페라는 아니지만 칼라스의 노래와 세라휜의 오케스트라를 듣기 위한 음반이다.
[CD] 몰리나리-프라델리 지휘, 로마 산타 체칠리아 음악원 관현악단/합창단(1955) 테발디(S) Decca
한마디로 초호화 캐스팅의 명반이다. 아마 다시는 이만한 가수 진으로 음반을 내기는 어려울 것이다. 쟁쟁한 가수진의 노래에는 그저 압도될 뿐이다. 테발디와 델 모나코 그리고 시미오나토, 바스티아니니, 시에피, 코레나 모두가 전성기의 녹음이며 섬세하지만, 속에는 확고한 힘을 간직한 명창이 인상적이다. 44세로 아깝게 죽은 바스티아니니의 심연에서 솟구치는 듯한 열창(熱唱)도 가슴에 남는다. 이들을 몰리나리-프라델리의 장인적(匠人的)인 확실한 지휘가 오페라 전체를 정교하게 다듬어 나간다. 도중에 사소한 오케스트라의 불협화음(不協和音)이 있지만 그런 데에 개의치 않고 지휘자는 드라마의 정점을 향해 곧장 뻗어 올라간다. 이탈리아 오페라의 참 맛을 만끽할 수 있는 귀중한 역사적 명반이다.
[DVD] 제임즈 레바인 지휘, 메트로폴리탄 가극장 관현악단/합창단(1984) 프라이스(S) 죤 덱스터 연출 DG
지금은 이탈리아 오페라계의 정상급 가수로 꼽히지만 아직 신인이었던 쟈코미니(Giuseppe Giacomini)가 눈에 띄는 리리코 스핀토로 알바로 역을 과시하고 있다. 또 누찌(Leo Nucci)도 그에게 한 치도 밀리지 않고 당당히 맞서서 돈 카를로 역을 노래한다. 아쉬운 것은 레오노라 역으로 한때 메트로폴리탄 가극장 무대를 석권했던 프라이스(Leontyne Price)가 빛나는 목소리를 잃은 채 이 공연을 끝으로 은퇴한 점이다. 원래 독특한 노래 투로 청중의 기호가 갈렸던 소프라노이기는 했다. 연주와 연출은 메트로폴리탄 가극장의 오페라답게 전통적인 무대를 보여 주어 초심자에게 안성맞춤이었다. 화면은 전체적으로 어두운 편이다.
[네이버 지식백과] 평화, 평화를, 나의 하느님 - 베르디, [운명의 힘] (내 마음의 아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