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본 리하르트 바그너
초연 1870년 뮌헨 궁정 오페라극장
배경 신화시대 훈딩의 집. 바위산. 바위산 정상
<2011년 5월 14일 뉴욕 메트 공연 / 243분 / 한글자막>
뉴욕 메트 오케스트라 연주 / 제임스 레바인 지휘 / 로베르 르파주 연출
지그문트.....보탄과 여자 사이에서 태어난 용사.....요나스 카우프만(테너)
지글린데.....지그문트의 쌍둥이 여동생................에바-마리아 웨스트브뤽(소프라노)
훈딩...........지글린데의 남편.............................한스 피터 쾨닉(베이스)
보탄...........신들의 우두머리.............................브린 터펠(베이스바리톤)
브륀힐데.....발퀴레..........................................데보라 보이트(소프라노)
프리카........보탄의 아내. 결혼의 여신.................스테파니 블리데(메조소프라노)
그외 여덟 명의 발퀴레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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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그문트를 노래한 테너 요나스 카우프만과, 지글린데를 노래한 소프라노 에바-마리아 웨스트브뤽.
머지않아 지그프리트와 브륀힐데를 꿰찰 가수들이었습니다.
개인적으로 기네스 존스 이후 이렇다할 브륀힐데 가수가 없었다고 생각되는데,
에바-마리아 웨스트브뤽이라는 대형가수의 등장은 그런 갈증을 어느 정도 해소시켜주지 않을까 싶군요.
2010~2011 시즌 메트 <반지>시리즈에서도 역시 데보라 보이트의 브륀힐데는 역부족이었습니다.
=== 줄거리 === <영상물 내지 해설>
1막
지그문트가 눈보라가 휘몰아치는 가운데 적에게 쫓겨 낯선 집으로 비틀거리며 들어오고, 지글린데가 그를 발견한다. 두 사람은 보자마자 서로에게 끌리는데, 지글린데의 남편인 훈딩이 누구냐고 묻자 지그문트는 고난으로 점철된 자신의 삶을 이야기하지만 훈딩이 바로 원수 중 한 명임을 알게 되었을 뿐이다. 두 사람은 다음날 아침 결투를 치루기로 한다. 지글린데는 남편이 잠자리에 든 후에 지그문트에게 자신이 불행하다는 것을 고백한 다음, 자신의 결혼식에서 낯선이(보탄)가 나타나 집 한가운데 있는 나무에 검을 꽂았던 이야기를 들려준다. 그 누구도 검을 뽑지 못했다는 것이다. 지그문트는 지글린데를 자유롭게 해주겠다고 맹세하고, 두 사람은 자기들이 쌍둥이 남매라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지그문트가 나무에서 검을 뽑아내고 지글린데야말로 자신의 신부라고 선언한다.
2막
보탄은 자신이 가장 아끼는 딸이자 발퀴레인 브륀힐데에게 지그문트가 훈딩과의 결투에서 이길 수 있도록 보호하라는 지시를 내린다. 그러나 보탄의 아내인 프리카는 보탄이 훈딩의 결혼을 보호해야만 한다고 주장하면서, 지그문트가 반지를 되찾아 신들을 구원해줄 것이라는 남편의 말을 무시해버린다. 법을 집행해야만 하는 보탄은 자신이 스스로 만든 올가미에 갇혔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그의 계획은 이제 수포로 돌아가고, 브륀힐데에게 훈딩을 위해서 싸우라고 명령할 수밖에 없다. 지그문트에게 다가간 브륀힐데는 그가 곧 죽게된다고 알리지만 지그문트는 그 말에 저항하며, 그의 칼이 훈딩에 대항할 아무런 힘이 없다면 자기 자신과 지글린데 모두 죽어버리겠다고 위협한다. 이에 감동한 브륀힐데는 보탄의 지시를 거역하고 지그문트를 도와주기로 결심한다. 그러나 지그문트와 훈딩이 싸우는 가운데 보탄이 나타나 지그문트의 검을 깨뜨려 그가 훈딩으로부터 죽임을 당하도록 만들어 버린다. 브륀힐데는 깨진 검 조각을 들고서 지글린데와 함께 달아난다.
3막
지글린데와 함께 발퀴레의 바위산에 도착한 브륀힐데는 여덟 명의 자매에게 도움을 청하지만, 두려움에 휩싸인 발퀴레들은 아버지 보탄으로부터 그녀를 숨겨주기를 거절한다. 브륀힐데는 지글린데에게 그녀가 지그문트의 아이를 임신했다는 사실을 알려준 다음 홀로 보내고, 자신은 보탄을 만나기 위해서 뒤에 남는다. 보탄은 브륀힐데가 힘없는 보통 여인이 되어야한다는 벌을 내린다. 그리고 브륀힐데를 불로 만든 장벽으로 에워싼 다음 그녀를 잠들게 한다. 불의 장벽을 건너 그녀를 깨울 수 있는 용감한 영웅이 그녀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두 사람 모두 지글린데가 낳을 아들 지그프리트야말로 그 영웅일 것이라는 사실을 느낀다. 슬픈 마음으로 딸을 보내며, 보탄은 자신의 창에 두려움을 느끼는 사람은 아무도 바위산에 다다를 수 없다는 주문을 건다.
=== 발퀴레 === <영상물 내지 해설 / Paul Thomason . 2012.8월>
바그너는 1852년 6월 16일, 친구인 작곡가 프란츠 리스트에게 보낸 편지에서 '내 <발퀴레>는 지독히도 아름다운 작품이 되었습니다. 이번 여름이 가기 전에 4부작 전체의 시(대본)를 보내드릴 수 있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음악은 쉽고 빠르게 쓸 수 있을 겁니다. 사실상 구상이 끝난 것을 그냥 쓰기만 하면 되거든요'라고 썼다.
하지만 바그너의 일생에서 흔히 그랬듯이, 그가 계획했던 대로 일이 풀리지는 않았다. 그 해 연말까지 고대 독일과 스칸디나비아의 전설에 바탕을 둔 4부작 사이클 <니벨룽의 반지>의 대본(혹은 그가 불렀던 표현대로라면 '시')을 완성했던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발퀴레>의 음악은 1854년 12월에 가서야 완성되었으며, 다시 1년 반이 지난 후에야 오케스트레이션 작업이 완료되었다.
<반지>에 대한 아이디어는 바그너가 <니벨룽 전설>이라는 제목으로 출판했던 11페이지짜리 극작품 개요를 썼던 1848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 후 바그너가 특별히 이 작품의 전곡 상연을 위해서 독일 바이로이트에 지었던 극장에서 초연이 이루어지기까지는 30여년이 필요했다. 그의 의도는 <반지>가 각각의 개별 오페라로 쪼개지지 않고 전곡으로 상연되는 것이었다. 이 작품은 그 규모와 세상에 던진 충격 모두 기념비적인 작품이며, 전곡 공연을 본 많은 사람들이 그 경험으로 인해 자신의 인생이 바뀌었다고 느낀다고 말해도 과장은 아닐 것이다.
현대에 이루어지는 대부분의 <반지>공연은 바그너가 원했던 대로 한 주에 걸쳐서 이루어지지만 바그너 당대부터 그랬듯이 개별 작품의 단독 공연도 이루어지고 있다. 특히 <발퀴레>는 빠른 시간 안에 전곡 중에서 가장 인기있는 작품이 되었다. 거기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는데, 우선 신과 여신, 난쟁이, 거인들이 등장하는 <라인의 황금>에 비해 <발퀴레>에서는 <반지>이야기에 사람들이 처음으로 등장하기 때문일 것이다. 오페라의 시작 부분부터 두 명의 매우 공감이 가는 배역인 지그문트와 지글린데가 등장하며, 1막 전체는 두 사람이 서로 사랑에 빠지는 것을 그리고 있다. 바그너는 리스트에게 이렇게 말했다. "<발퀴레> 1막의 악보가 곧 완성됩니다. 놀랄 만큼 아름다워요. 이제까지 이 작품에 근접하는 것조차 써 본 적이 없습니다." 맞는 말이었다. <발퀴레>의 음악은 눈에 띄게 <라인의 황금>을 바탕으로 만들어졌으며, 음악구조를 만들어내기 위해서 라이트모티프를 쓰기 시작했다. 이것은 선율과 리듬, 혹은 화성으로 이루어진 짧은 음악 단편으로 등장인물이나 극적인 사건, 심지어 감정이나 사물과도 연관이 있는 것이다. 바그너는 <발퀴레>에서 등장인물들의 내면에서 아무 말도 없이 극이 진행되는 동안 시간을 멈추기 위한 용도로 라이트모티프를 썼다. 바그너의 눈부신 관현악 작법 - 심지어 <라인의 황금>에서 했던 것보다도 더 발전시켜야만 했다 - 덕분에 청중은 무대 위에 있는 등장인물들의 내면적인 삶을 직접 경험할 수 있다.
<발퀴레>의 음악은 듣는 이로 하여금 지그문트와 지글린데 사이에서 점점 더 커지는 사랑을 직접 경험할 수 있게 해주며, 음악을 듣다보면 그 사랑이 올바르고 자연스럽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두 사람의 사랑이 지닌 강력한 본질은 그들이(그리고 우리가) 두 사람이 사실은 남매 사이라는 것을 발견하기 훨씬 전에 이미 확고해지기 때문에 설사 우리 마음 속에 - 혹시 우리가 바그너 음악에서 그것을 떼어낼 수 있다고 하더라도 - 몇 가지 의문점이 있을지도 모르지만 감정적으로는 그들의 사랑을 받아들일 수 있는 것이다. 한편 지그문트와 지글린데와 더불어 브륀힐데도 만날 수 있으며, 그녀야말로 <반지>에서 가장 중요한 배역 중 하나이다. 브륀힐데는 2막에서 처음 등장하는데, 전체 사이클에서 가장 유명한 (그리고 가장 짧은) '노래'중 하나인 전투의 외침, '호요토호!'를 노래한다. 바그너는 이 부분을 어떻게 노래해야 하는지에 대해서 극도로 세심한 지시를 남겼다. 만약 소프라노가 이 부분을 제대로 부른다면, 청중은 그 충동적이고, 건방지며, 사나운 10대 소녀가 아버지인 보탄에게 멋대로 굴면서도 그와 우리 모두를 기쁘게 만드는 모습에 매혹되지 않을 수 없다. 그런 의미에서 그녀의 성격이나 보탄과의 관계는 등장하고 나서 몇 분도 지나지 않아 확고하게 형성된다고 할 수 있다. <발퀴레>가 누리는 인기의 또 다른 이유는 우리가 이 작품에 투영된 자기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기 때문이다. 1막에서 지글린데와 지그문트가 빠져드는 새로운 사랑, 혹은 그게 아니라면 2막에서 보탄이 직면하게 되는 딜레마를 예로 들 수 있을 것이다. 이 부분에서 보탄은 자신이 신중하게 계획했던 모든 것들이 수포로 돌아가고, 최선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삶이 끔찍한 지경에 빠져 도무지 헤어날 방법이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보탄이 이런 위기 상황과 씨름하는 장면은 바그너에게 끝없는 어려움을 안겼으며, 그는 과연 청중이 보탄이 어떤 상황에 처해있는지를 이해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 고민했다. 그는 '이 부분이야말로 거대한 4부작의 전개에서 가장 중요한 장면이다'라고 주장했다. 보탄의 고뇌는 마지막 막에서도 새로운 초점과 함께 계속된다. 마지막 부분은 모든 오페라 작품 가운데서 가장 탁월한 것 중 하나로 꼽을 만하며, 보탄이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존재인 브륀힐데를 떠나보내야만 하는 장면에는 상실과 슬픔, 자포자기와 함께 압도적인 사랑이 흐른다. 보탄에게는 실로 쓰라린 패배인 것처럼 보인다. 아끼던 아들 지그문트는 죽었으며, 가장 사랑했던 자녀인 브륀힐데는 영원히 추방되고 말았다. 영웅을 창조해서 그로 하여금 다시 반지를 찾아 라인의 처녀들에게 돌려주게 만들고, 그로 인해 결국 신들을 구원하려는 그의 계획도 완전히 허물어지고 말았다. 이제 그에게는 갈 곳이 없다. 하지만 이런 명백한 실패로 말미암아 지그프리트가 (다음 오페라에서) 신들이 원했던 바로 그런 영웅이 된다. 압도적인 슬픔의 한가운데 있는 이런 미약한 희망은 <발퀴레>가 그토록 많은 사랑을 받는 또 하나의 확실한 이유이기도 하다. 리스트가 바그너에게 보냈던 편지에서 이 작품에 대해서 했던 말을 인용해 보자. '당신의 <발퀴레> 악보가 도착했습니다. <로엔그린>에서 천 명의 합창이 했던 노래, '경이롭도다! 경이롭도다!'를 천 번 되풀이하는 것으로 응답을 대신하고 싶군요.' 리스트의 판단은 과장이 아니었다.